LCD TV 등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용 폴리에스터(PET) 필름을 생산하는 A사 경북 구미공장.이달 초 경미한 설비 트러블이 발생하자 거래처 관계자들이 득달같이 달려 왔다. A사 관계자는 "납기를 당겨 달라는 거래처 독촉이 하도 잦아 영업사원들이 전화 받기를 꺼릴 정도"라고 전했다.

국내 PET 필름업계가 1990년대 중반 비디오테이프 특수 이후 10여년 만에 '신(新) 황금기'를 맞았다. SKC 도레이새한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은 주문량 폭주를 감당하지 못해 속속 추가 증설에 나섰다. LCD TV와 소형 노트북 등의 세계적 호황에, 스마트폰 열풍까지 겹치면서 디스플레이용 필름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LCD 호황 필름시장 황금기 도래



PET 필름은 크게 포장재용,산업용,마그네틱용(비디오 등),디스플레이용으로 나뉜다. 요즘 필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LCD TV,노트북 모니터 등에 들어가는 평판 디스플레이용 필름이다.

대표적 디스플레이용 필름인 '광학용 후물(厚物) 필름' 수요는 세계적으로 연 평균 13%가량 늘어나고 있다. 도레이새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LCD TV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필름업계가 지난해 4~5월부터 풀가동에 들어갔다"며 "이런 추세가 적어도 2015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3년 전부터 디스플레이용 필름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PET 필름업계도 추가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스플레이용 필름 시장 점유율 세계 1위(25%)를 차지하고 있는 SKC는 작년 말 2만t 증설을 결정한 지 석 달여 만에 다시 2만t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도레이새한과 코오롱은 이미 1만8000t,1만5000t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1985~2005년까지 총 30만t 정도였던 국내 PET 필름 생산량은 지난 5년 새 30% (10만t)가량 커졌으나 추가 증설이 불가피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설비투자 때만 해도 디스플레이용 필름시장이 이렇게 커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학용 필름 생산에서 일본 앞서

설비투자 확대에 힘입어 국내 디스플레이용 필름 제조업체의 위상도 강화되고 있다. 광학용 필름 생산규모는 그동안 미쓰비시 도레이 등 일본기업이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말 처음으로 한국(5만8800t)이 일본(5만6400t)을 앞섰다. 올해 한국 (6만9000t)과 일본(5만8000t)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이 글로벌 LCD 산업을 주도하면서 국내 필름기업들의 경쟁력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석유화학,삼남석유화학 등 필름의 주요 소재인 TPA의 생산기반도 탄탄하다. PET 필름 업계 관계자는 "소재 생산에서 최종 제조과정까지 수직계열화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데다,부품소재 분야에서 100% 국산화에 성공한 산업인 만큼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필름 특수도 나온다

터치스크린용 필름이 많이 들어가는 스마트폰,태블릿PC 바람이 불면서 추가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의 터치스크린용 디스플레이 필름은 2015년까지 연평균 17%(국내 3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숙제는 일본 경쟁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휘도(輝度,밝기)','긁힘' 등 제조공정이 훨씬 까다로운 차세대 제품 생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께 고부가가치 상품인 터치스크린용 필름의 상용화가 가시화되면 LCD 후광효과에 이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