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원하면 경제학 원론이나 경제학 개론을 가르칠 것입니다. "

서울 첫 자립형사립고로 경제 · 금융교육을 특화한 하나고의 김진성 교장(55)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학생들이 경제 · 금융 관련 과목을 일정 단위 이상 이수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나아가 학생들이 희망한다면 미시경제 · 거시경제를 배우는 수업을 개설하고 그 이상을 요구한다면 대학교의 경제수업을 청강할 수 있도록 대학과 협의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2일 첫 수업을 시작한 하나고는 연간 30억원가량을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지원받는다. 경제 · 금융 특화 고교인 만큼 커리큘럼(교과목)부터 남다르다.

"1학년의 사회과목 수업을 5시간으로 다른 학교보다 1시간 늘리고 경제 · 금융 관련 수업 비중도 높이겠습니다. 경제 ·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대학과목을 미리 가르치는 'AP(Advanced Placement)' 수업 형태로 경제학개론과 경제학원론을 가르칠 방침입니다. "

김 교장은 작년 6월까지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고려대 농업경제학과 74학번)로 재직했다. 정년을 10년 가까이 남겨둔 상태였다. 그런데도 교수 시절 평소 알고 지내던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고 교장직을 제의하자 곧바로 수락했다. 오랫동안 교사를 꿈꿔왔던 그에게 하나고는 꿈을 펼칠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교수직을 왜 포기하느냐"며 만류하는 주변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대입 재수시절부터 동네 아이들을 단칸방에 모아 가르쳤고 대학 재학 중에는 일부 교직과목을 이수한 적이 있어요. 고대에서 교수로 있을 때도 한 수석입학생이 '적응하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해 매일 연구실로 불러 공부를 도와주기도 했죠.대학생보다 캔버스에 여백이 많은 고교생을 가르치는 일이 더 보람될 것이라고 생각해 교장직을 맡기로 했습니다. "

하나고 교장이 되기로 한 뒤 그는 개교를 앞둔 학교의 신입생 모집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작년 여름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서울 시내 374개 중학교를 샅샅이 뒤졌다. 숨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한 중학교 교장을 삼고초려(三顧草慮)하기도 했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만큼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가정 형편이 어려워도 가능성 있는 학생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죠.(돌아다녀 보니) 교사들이 학생을 얼마나 잘 아는지가 좋은 학교의 기준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학생을 속속들이 아는 학교에선 전형 취지에 맞는 학생을 찾기가 쉬웠죠."

작년 말 하나고 신입생(정원 200명) 모집에는 1497명이 몰려 7.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 교장의 열정과 노력 덕택이었다.

하나고는 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고등학교라는 점에서 기업 사회공헌 모델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김 교장은 "친기업 정서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이상은/사진=정동헌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