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함께하는 1기업 1나눔] (31) 앞이 캄캄했던 희귀난치병 부모들에게 '희망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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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엄마의 소망램프'
지난달 25일 경북 구미시 송정동의 조그마한 연립주택.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손님들이 도착하자 집 앞이 떠들썩해졌다. 유수민군(가명 · 13)의 할머니와 어머니 등 가족들이 손님을 맞으러 뛰어나왔기 때문이다.
반가운 손님은 삼성생명 김도근 상무(대구지역사업부장)와 윤종호 구미지역단장 등 10여명.'미토콘드리아증후군'이란 희귀병에 걸려 꼼짝도 못하는 수민이에게 임직원들이 '엄마의 소망램프'란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모은 지원금 1000만원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손님을 맞은 수민이 어머니 박숙자씨(가명 · 42)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어려운 형편 때문에 영양식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는데,당분간 영양식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의 눈물이었다. 박씨는 "불치병이라고 하지만 수민이가 건강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특수 영양식으로 살아가는 수민이
수민이는 다섯 살 때만 해도 건강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다니며 장난도 많이 치는 개구쟁이였다. 다섯 살 나던 해 심한 열이 났다. 경련도 일었다. 이런 일이 반복됐다. 병원에서는 '미토콘드리아증후군'이란 판정을 내렸다. 사람의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인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겨 근육이 약화되고,뇌 손상이 일어난다는 설명이었다. 치료방법도 없으며 병이 계속 진행되면 18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민이는 지금 혼자서는 먹을 수도,걸을 수도,대 · 소변을 가릴 수도 없다. 기저귀를 차고 위(胃)로 연결한 호스에 특수 영양식을 주입해 살아간다. 문제는 영양식을 마련할 돈이 부족하다는 점.수민이의 영양식 가격은 한 달에 40만원이 넘는다. 매달 받는 생활보조금 38만원과 수민이 아빠가 일용직으로 일해서 버는 40만원 등 78만원가량의 한 달 수입으로는 영양식을 제대로 챙겨줄 수 없다. 당장 수술을 해서 차도를 기대할 수 있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복지단체 등에서도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매끼 한 통씩 먹어야 하는 영양식을 반 통으로 줄여 우유를 섞어 먹인다. 엄마는 죄스런 마음에 수민이 앞에서는 절대 밥을 먹지 않고 있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1000만원
수민이의 딱한 사정은 지난달 2일 아동복지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삼성생명 홈페이지에 올랐다. 이를 본 임직원과 고객들은 수민이를 지원하자는 의미로 사연을 클릭했다. 일주일 만에 1만건이 넘었다. '엄마의 소망램프' 지원대상으로 결정된 수민이에게는 1000만원의 지원금이 전달됐다. 기본 지원금 500만원에다 클릭 수가 1만건이 넘은 데 따른 추가 지원금 500만원이 더해졌다.
임직원들의 정성은 김 상무를 통해 수민이에게 전달됐다. 김 상무는 지원금과 함께 수민이의 영양식,쇠고기 선물 세트 등을 건넸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 모두가 희망을 잃지 않고 수민이를 돌보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며 "소망램프 성금이 수민이의 건강 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앞으로도 인근 구미지역단의 임직원과 설계사(FC)들이 수민이 집을 찾아 언제든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이와 가족의 희망 살리기
'엄마의 소망램프'는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임금 일부를 자발적으로 기부해 모은 돈으로 매달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 1명을 선정해 돕는 사업이다. '자식을 잘 키우고 싶은 엄마의 소망에 불을 밝힌다'는 의미로 엄마의 소망램프란 이름을 붙였다.
임직원 95%가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다. 매달 모이는 돈은 2700만원.2007년 시작돼 지난달 말까지 63명의 어린이들에게 총 7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무호흡증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살아가거나,키가 자라지 않는 '연골가형성증' 어린이 등이 도움을 받았다.
지원받기를 원하는 어린이는 '세이브더칠드런'에 사연을 보내면 된다. 이 단체에서는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을 뽑는다. 대상자로 선정된 어린이에게는 '소망 지원금 500만원'에다 삼성생명 홈페이지를 방문한 네티즌 및 임직원의 '사연에 대한 공감 클릭' 횟수에 따라 추가 지원금을 준다. 클릭 1회당 500원씩 계산한다. 수민이처럼 1만 클릭이 넘으면 500만원이 추가된다.
엄마의 소망램프 사업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면서 자리잡자 삼성생명은 작년부터 중국에서도 '소망램프'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의 합작법인인 중항삼성을 통해 베이징의 저소득 계층 자녀들이 다니는 비정규 학교에 위생환경 개선,어린이 건강진단 등을 위해 매달 1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