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옷 입은 금호생명 "3년내 부실 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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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종 신임 CEO
조직통폐합ㆍ인력감축 없어…외부 전문가로 드림팀 구성
조직통폐합ㆍ인력감축 없어…외부 전문가로 드림팀 구성
'산업은행 계열 금호생명.'
최익종 사장이 건넨 명함에는 빨간색 금호아시아나그룹 로고가 빠져 있었다. 대신 산은금융의 컬러인 파란색으로 회사 이름을 찍었다. 지난 12일 임시주총에서 금호생명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임명된 최 사장은 "일단 명함만 산은과 CI(기업 이미지)를 통일했다"고 말했다. 공식 사명 변경은 5월 정기주총 이후에 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회사 이름은 산은의 영문 약자를 딴 KDB생명이 유력하다.
지난 1977년 입행 후 33년간 산은에서만 일해온 최 사장은 금융계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구조조정 전문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구조조정 실무 총괄팀장을 맡았고 2002년 LG카드(현 신한카드) 사태 때는 경영지원단장을 역임했다. 현대그룹 구조조정도 총괄했다. 대우조선해양,LG카드,하이닉스반도체,현대건설이 그의 손을 거쳐 살아난 기업들이다.
지난달 최 사장의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금호생명 직원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칼잡이'가 오는구나"라는 소문이 퍼졌다. 최 사장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조직 통폐합이나 인력감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직원들 회식비도 깎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경영진의 판단착오로 수천억원을 날리는 경우는 허다하게 봤지만 직원들이 삼겹살 많이 먹어 회사가 망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다"고 말했다. 전임 경영진이 해외파생상품과 부동산펀드에 무리하게 투자해 2800억원의 손실이 난 것을 빗댄 것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신인도 회복을 강조했다. 12일 주총결의와 함께 인수자인 산은-칸서스PEF가 3300억원의 증자대금을 납입하고,125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까지 끝나면 이달 말 지급여력비율이 150%는 된다는 설명이다. 상반기 1000억~13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최 사장은 "금호생명은 이제 기본으로 돌아간다"며 정도(正道)경영을 강조했다. "이익을 내는 데 급급해 무리한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비용 상품구조도 뜯어내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고수익 미끼상품을 팔았지만 이를 정리하겠다는 설명이다.
산은지주와의 시너지도 높일 계획이다. 산은에서 취급하는 SOC(사회간접자본) 펀드 등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다. 그는 "무리하게 이익을 내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위험자산에 손을 대게 된다"고 지적했다.
보험에 문외한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회사 재건을 위해 최고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구세훈 ING 부사장을 자산운용 담당으로,삼일회계법인 출신의 차정원 전무를 기획관리 총괄담당으로 데려왔다. 리스크 관리는 산은 출신의 안동명 부사장에게,마케팅은 교보생명 출신의 박현수 전무에게 각각 전권을 맡겼다. 최 사장은 "3년 내에 부실을 털고 기초가 튼튼한 보험사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후 상장 요건을 갖춰 산은지주에 제 값을 받고 되팔 계획이다.
금호생명의 산은금융 편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한때 액면가 밑으로 떨어졌던 주가는 산은 인수 직후 30% 이상 오른 6300원에 장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 사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당분간 사장실에서 내 얼굴 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15일 공식 취임하면 전국의 영업점부터 돌 예정이다.
김현석/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