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내에서 향후 인사 방향을 두고 '원 포인트'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공직자 후임 인사를 할 때 '원 포인트'로 할 것이라고 한다. 다른 직까지 묶어 인사의 폭을 넓히지 않고 필요할 때,필요한 직에 대해서만 공석을 메우는 수준으로 할 것이라는 얘기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장수 장관 등을 대상으로 한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난달부터 제기돼 왔지만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가 '원포인트 개각'을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코앞에 닥친 '6 · 2 지방선거' 때문이다. 개각의 폭을 넓히면 당장 인사청문회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저런 흠이 나오면 야당의 집중적인 공격이 이어지고 이는 여권으로선 선거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4일 "후보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이를 야당이 선거 호재로 이용하게 되면 여당은 선거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살라미 전술'을 향후 '인사 원칙'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살라미 전술이란 단계를 잘게 쪼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촛불시위나 금융위기 때와 같이 분위기 쇄신용,정국 전환용으로 인사를 활용하지 않겠다는 '이명박식 실용인사'의 틀을 정착시켜 나가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인사를 한 몫에,폭 넓게 하게 되면 후보자들의 비리 등 감당해야 할 부담이 많다. 여론과 야당의 집중적인 비판을 피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분산 인사'를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위해 사퇴한 황준기 여성부 차관 후임을 지난 12일,정용화 연설기록비서관 후임을 지난달 17일 각각 임명했다. 이르면 이번 주 중 예상되는 차관 인사와 함께 하지 않고 별도로 사전에 단행한 것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6 · 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을 경우엔 분위기 쇄신용으로 적어도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할 여지는 남아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