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즉시 시총 5위권…지각변동 예고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 규모인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상장으로 국내 증시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생명은 오는 5월 상장과 함께 단숨에 시가총액 5위권의 '금융 대장주'에 오르고,금융주는 정보기술(IT)과 함께 증시 양강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그러나 대형 생보사들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200지수에 바로 편입되기는 어려워 시장 곳곳에서 혼선이 우려된다.

◆금융주,IT주와 어깨 나란히

삼성생명은 공모가가 10만원에서 결정될 경우 시가총액이 20조원에 이른다. 상장 후 주가는 10만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현재 5,6위인 신한지주(20조8647억원)와 KB금융(20조902억원)을 제치고 5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 현대차 다음이다. 시총 3위인 한국전력(24조6362억원)까지 위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는 17일 상장되는 대한생명도 시총 7조원 수준이어서 30위권인 하나금융(7조970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양대 생보사의 상장으로 금융주의 위상이 높아져 증시에선 'IT 독주' 체제가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주 시가총액은 현재 137조원에서 164조원대로 불어나 IT(193조원)와 격차를 좁히게 된다. 금융업종 중 보험주의 위상도 대폭 높아진다. 증권주(21조원)에도 못 미치던 보험주 시총은 20조원에서 약 47조원으로 커져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은행주(81조원)의 뒤를 잇게 된다.

이 밖에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더라도 전체 시총 1000조원 재진입을 넘볼 수 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총은 967조7400억원인데 삼성 · 대한생명 상장만으로도 시가총액이 27조원가량 증가하기 때문이다.

◆코스피200 추종 상품 혼란

증시 판도를 뒤흔들 만한 상장 규모임에도 대형 생보사들은 당분간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진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시총의 1%(현재 8조7800억원)를 넘는 대형주에 한해 코스피200 편입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상장 후 30거래일이 지나야 하는 조항이 있어 삼성생명은 오는 9월 코스피200 선물 만기일 직후에나 편입될 수 있다. 대한생명은 시총 1%를 넘지 않을 수 있어 내년 6월 정기 변경 때까지 기다려야 할 처지다.

그동안 코스피200지수는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관계가 99.9%에 달할 정도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지만 대형 생보사들이 포함되지 않으면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들 생보사가 코스피200에 편입되지 못하는 공백 기간에는 코스피지수가 오를 때 코스피200지수는 떨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200지수가 갖는 대표성이 훼손될 경우 이를 추종하는 많은 투자상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코스피200선물로 헤지 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최 연구위원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예외 규정을 두어서라도 편입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초대형 공모주라도 예외를 적용하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어 원칙대로 코스피200 편입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원칙론을 밝혔다.

자본시장법상 IPO 주관사나 인수 증권사와 관련된 운용사들은 상장 후 3개월간 삼성생명 주식을 살 수 없으므로 코스피200에 당장 편입해줘도 운용사들이 삼성생명을 사지 않고 코스피200을 따라잡아야 하는 난감한 문제가 발생한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