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04년 1월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했다. 1972년부터 99년까지 매년 0.8초씩 늦어지던 지구의 자전속도가 2000년부터 갑자기 빨라졌다는 내용이었다. 2004년 인도네시아 대지진과 얼마 전 칠레 대지진은 여기에 기름을 부은 모양이다.

규모 8.0이 넘는 두 번의 대지진으로 지구 자전축이 움직이면서 자전 속도,곧 하루 길이가 8.06마이크로초(1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만큼 짧아졌다는 것이다(미 항공우주국,NASA).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느끼는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고 이 사실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그러니 수험생에겐 늘 4당5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란 말이 따라다닌다. 이향운(이대 목동병원) 김지현(단국대 병원) 교수팀이 조사한 중 · 고생 수면시간은 중3이 6.6시간,고1 5.9시간,고2 5.6시간이다. 그런데도 10%는 너무 많이 잔다고 생각한다는 마당이다.

잠을 덜 자기는 초등생도 마찬가지.밤 늦게까지 학원 다니랴,부모 몰래 게임하느라 잠을 설친다. 푹 못자는 건 어른도 다르지 않다. 야근과 회식에 시달려도 자기계발을 위해 새벽학원에 다니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느라 수면시간을 줄인다.

전업주부 역시 한밤중에 학원으로 아이 데리러 가랴 늦는 식구 기다리랴 못 잔다. 자연히 국민 10명 중 7명이 올빼미형이고,성인 하루 수면시간은 6시간15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적다.

수면호흡장애 질환 또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7년 새 1.5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전과 달리 20~30대에 많고 숫자상으론 남성이 많지만 증가 속도는 여성이 빠르다(홍승철 가톨릭대 교수팀).남녀노소 모두 잠들지 못한다는 얘기다.

불면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 물론 우울증과 당뇨병,심장병 증가를 유발하고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는가 하면 노인성 치매와 관련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계속 이런 식이면 줄인 수면시간만큼 발전하는 게 아니라 뜻밖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19일은 제3회 '세계 수면의 날'이다. 불면의 가장 큰 이유는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것이겠지만 단순한 습관도 있을 수 있다. 충분한 수면은 삶의 질을 바꾼다. 잘 자려면 수면주기를 지키고,카페인 · 술을 줄이고,침실 온도를 내리라고 한다. 갱년기 장애엔 석류 · 오미자가 좋다는 조언도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