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래 사진을 내용으로 한 TV광고를 기억 하시나요?"

이는 제일기획이 한국과 북한의 남아공월드컵 동반진출 주역인 한국의 박지성과 북한의 정대세 선수를 모델로 제작한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입니다.

이 광고는 "정말로 박지성의 팬이 되어 버렸다"(정대세) "정대세도 월드컵에 올라가 나도 기쁘다"(박지성)란 두 사람의 지난해 6월 17일자 실제 인터뷰를 넣어 큰 화제를 모았지요.

하지만 이 광고는 지난해 8월말 첫 전파를 탄 뒤 10월초 갑자기 TV에서 사라졌습니다.박지성*정대세 선수와 동아제약측이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3개월의 절반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절반이나 남은) 시점이었고요.

이 광고가 이처럼 급작스럽게 사라진데 대해 당시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광고는 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전자 내부에서 "정말 부럽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임팩트가 큰 광고'란 관련 업계의 평가가 따랐기 때문입니다.

광고중단은 대한축구협회가 이 광고를 대표적인 월드컵 '앰부시 마케팅'으로 지목,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짱을 놓은 게 큰 이유로 꼽혔습니다.

앰부시 마케팅은 월드컵 올림픽 등처럼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의 공식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공식 명칭사용을 피하면서 기업을 홍보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축구협회는 'FIFA 월드컵 마케팅 규정 제6조 제1항 및 제7조 제1항'(FIFA는 홈경기로 치러지는 월드컵 예선전에 대한 모든 마케팅 권리를 각국 축구협회에 부여한다)을 근거로 법적 조치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축구협회의 주장에 대해 제일기획이나 동아제약 측은 즉각 "광고를 제작하기 전에 충분한 검토 작업을 거쳐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FIFA 규정상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경기의 방송권 등 상업적 권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있기 때문에 AFC에 로열티를 지불했다.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와 해당 선수들에게도 중계권과 초상권 비용을 모두 지급했다"고 해명했고요.

하지만 동아제약측은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광고에 대한 '중도하차'를 결정했습니다. 당시 "이 광고가 '이슈'로만 부각돼 광고의 직접적 목적인 '효과'를 기대할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동아제약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법적으로 따진다면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지만 대한축구협회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시시비비를 가린다 해도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결론냈단 얘기였습니다.

이러한 논란의 과정에서 박카스 광고모델인 박지성과 정대세 선수도 적잖이 당황스러워 했다는 후문이었고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박카스 광고의 도중하차 사태가 발생한 지 5개월여이 흘러갔네요.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 개막도 3개월이 채 남지 않았고요.

그런데 조만간 박카스 광고 모델을 맡았던 '박지성'과 '정대세' 선수가 동시에 출연하는 TV 광고가 다시 등장할 전망입니다.

일종의 박지성-정대세 선수가 동시 등장하는 TV광고의 '재수'인 셈인데요.

이번엔 광고주가 SK텔레콤 입니다.

그것도 SK텔레콤 월드컵 마케팅팀에서 주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SK텔레콤측은 이와 관련 14일 전화 통화에서 "박지성과 정대세 선수와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TV광고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영시기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게 SK텔레콤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SK텔레콤이 두 사람이 모델이 된 광고를 제작해 월드컵을 전후해 TV에 방영한다면 이번에도 대한축구협회에서 '앰부시 마케팅'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올까요?

큰 관심이 쏠리는 대목입니다.

윤진식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