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사거리에 서보면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를 따라 즐비해 있는 병원 간판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실제 강남역 반경 500m 내에 있는 병원만 118개에 달한다. 그 중 성형외과가 39개로 제일 많고 치과 26개,피부과 22개,안과도 14개나 된다.

강남은 의사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일단 입소문이 나면 환자들이 미어터진다. 서울의 유명 개인병원들 명단을 뽑아봐도 강남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한 명의 의사가 기회를 잡을 때 수십 명의 의사들이 폐업을 하고 월급쟁이로 전락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병원컨설팅업체 이노메디를 운영하는 최만열 대표는 "강남 지역 병원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도태되는 경우도 다른 지역보다 많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뛰어난 의술만으로는 병원을 운영할 수가 없다. 경쟁환경이 요구하는 마케팅 비용 때문이다.

실제 대형 병원은 한 달에 평균 1억5000만원 정도의 관련 예산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정설이다. 소형 병원도 최소 월 3000만원 정도는 써야 한다.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강남역 부근의 임대료는 80㎡(약 24평) 기준 최소 월 1000만원에서 비싼 곳은 3000만원에 이른다. 강남역 7번 출구 앞의 한 성형외과는 월 임대료 3000만원에 의사와 간호사,피부미용 인력 등 직원들 인건비까지 고정 비용만 5000만원을 넘게 쓴다. 강남의 의사들이 화려한 외양에도 스스로를 '3평의 인생'이라고 자조하는 이유다.

개업 투자비용도 부담이다.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최신 의료장비 투자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임플란트 시술을 위한 파노라마 촬영 장비는 1억원을 훌쩍 넘는다. 라식 · 라섹 수술을 위한 인프라레이저(Infra-Laser) 의료기기 가격은 한 대에 6억원을 호가한다. 한 안과전문병원 관계자는 "수술 장비마련에 들어간 비용을 뽑기 위해선 그만큼 환자들에게 돈이 많이 드는 수술을 권유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마케팅이나 경영 수완만큼 의사 자신을 꾸미는 일도 중요하다. 성형외과 의사들의 경우 40대 중반까지가 전성기이고 그 나이를 넘으면 손님들이 점차 줄기 시작한다. 미용을 위해 성형을 받으러 가는 만큼 의사가 나이들어 보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성형외과 의사들뿐 아니라 다른 업종 의사들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젊어보이기 위해 미용 성형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