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판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수입차업체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사실상 단체로 불참키로 해 시민들이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부산 여성NGO연합회 등 이 지역 120여개 시민단체는 15일 성명을 통해 이번 부산 국제모터쇼에 불참키로 한 수입차업체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부산지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도 모터쇼 불참으로 행사를 존폐위기에 몰리게 했다는 게 이들이 밝힌 이유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는 이날 공동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수입차 업체들이 모터쇼 불참의사를 번복하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부산 해운대 BMW 전시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한 데 이어 16일에는 해운대 벤츠 전시장 앞에 집결해 불매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정희 부산 여성NGO연합회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부산과 동남권 지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도 경제위기라는 이유로 단체로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나섰다"며 "이는 돈 되는 것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외면하는 이중 태도"라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이어 "이번 모터쇼에서 주최 측이 하다못해 전시장에 있는 차라도 출품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업체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며 "처음에는 1~2곳 정도 참가의사를 타진해 왔지만 ‘한 곳이 나가면 다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생기며 업체들이 단체로 불참키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국내에 진출한 주요 수입차 업체들 중 단 한 곳도 이번 모터쇼 참가를 확정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3일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모터쇼와 기간이 겹쳐 여력이 없는 것이 이유다.

국내 수입차업체를 대표하는 단체로, 이번 부산 국제모터쇼의 공동 주관사이기도 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불매운동과 관련, "모터쇼 참가 여부는 개별 브랜드의 결정사항으로, 불경기 여파 탓에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도 단 6개 업체만이 참가했다"며 "베이징모터쇼까지 겹친 탓에 일부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부산모터쇼까지 참가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같은 기간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모터쇼에는 참가하지 않는 업체가 하나도 없다"며 "시장 규모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너무나도 노골적인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모터쇼 주최 측 한 관계자는 "현재 수입차업체들 중 이번 모터쇼 참가가 유력한 것은 영국 로터스 뿐"이라며 "참가가 유력할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 스바루의 경우도 참가 여부의 확답을 아직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4일 수입차협회가 발표한 2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6438대로, 사상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해 2월의 3663대에 비해서는 무려 75.8% 뛰어올라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전체 판매량 중 부산지역 등록대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개인구매 6.1%(197대)가, 법인구매는 10.9%(350대)였다. 특히 경남지역에서는 법인구매로 모두 1972대(61.5%)가 팔려 서울(510대)을 제치고 전체 지역 중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