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승자들] 확 달라진 日 노무라…리먼 인수 후 '글로벌 금융사'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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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실적개선
인수 초기 후유증 딛고 지난해 3분기 연속 흑자
IB 세계 점유율 1.5%->5.2%
기업문화 새 바람
영어를 사내 공용어 채택
성과-보수 연계 연봉제 도입
목표는 월스트리트 진출
인수 초기 후유증 딛고 지난해 3분기 연속 흑자
IB 세계 점유율 1.5%->5.2%
기업문화 새 바람
영어를 사내 공용어 채택
성과-보수 연계 연봉제 도입
목표는 월스트리트 진출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인 15일 오전 도쿄 오오테마치에 있는 노무라증권 본사 회의실.금융시장본부 담당인 타룬 조토와니 이사가 아시아 채권시장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9명의 회의 참석자 중 7명이 일본인이지만 회의는 영어로 진행한다.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물론 영어다. 미국 증권사 리먼 브러더스 출신 인도인 조토와니 이사가 2008년 말 부임한 이래 사무실 공용어는 일본어가 아닌 영어가 됐다.
노무라증권은 올해부터 신입사원의 연봉을 종전의 3배로 인상했다. 현재 240만엔(약 3000만원) 수준인 연봉을 650만엔(약 8125만원)까지 올린 것.노무라가 신입사원들의 연봉을 파격적으로 인상한 것은 인수한 리먼 브러더스 신입직원들과 연봉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다.
일본의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이 이렇듯 대변신을 하고 있다. 2008년 9월 파산한 리먼 브러더스의 아시아 · 중동 · 유럽 부문 인력 8000여명(노무라 기존 인력은 1만8000여명)을 인수한 이후 사내 인사시스템은 물론 기업문화까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AFP통신은 "일본 내 '우물 안 개구리'였던 노무라가 리먼 인수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특히 사상 최악의 적자 늪에서 빠져 나와 최근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노무라의 리먼 인수는 대성공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리먼 인수 일단 성공 평가
노무라증권을 포함한 노무라그룹은 지난해 4분기(10~12월) 102억엔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2분기(114억엔)와 3분기(277억엔)에 이어 3분기 연속 흑자다. 특히 해외 사업부문 수익 규모가 일본 국내 수익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전적으로 리먼 인수 효과다.
리먼의 유럽 · 아시아 · 중동 부문을 인수했던 노무라증권은 작년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순손실을 냈다. 세계 금융위기에 리먼 인수에 따른 후유증까지 겹친 결과다. 당시 노무라의 리먼 인수는 실패작이란 섣부른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노무라는 최근 3분기 연속 흑자를 내면서 리먼 인수가 실패가 아니란 점을 증명해 보였다.
노무라는 "올 3월 말 끝나는 2010사업연도는 3년 만에 흑자를 낼 것"이라고 자신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자본시장 회복과 함께 리먼 인수 효과로 노무라는 놀라운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의 리먼 인수 효과는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노무라의 글로벌 IB시장 등에서의 점유율은 2008년 말 1.5%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 5.2%까지 뛰었다. IB부문의 수익도 작년 4분기 중 전분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리먼 출신의 IB 전문인력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노무라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선 작년 말까지 6개월 연속 주식거래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또 유럽지역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유럽 주식시장 분석능력을 설문조사한 결과,전년보다 8단계 뛰어 올라 미국 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나란히 2위를 차지했다. 미국 경제전문 TV인 CNBC는 "리먼을 인수한 노무라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성공 요인은 글로벌화
노무라의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글로벌화다. 리먼 인력을 인수한 뒤 노무라는 보수와 경력관리 등 인사시스템 전반을 '영미식'으로 바꿨다. 최근 노무라 인사부는 직원들에게 성과와 보수를 연결시키는 서구형 연봉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노무라는 그동안 미국이나 영국의 투자은행들보다 보수를 적게 주는 대신 고용을 보장했다. 전통적인 일본식이었다. 실제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가 2008년 혼자서 1082만달러의 연봉을 받을 때 노무라의 8명 이사와 13명 임원의 총 연봉이 1640만달러였다.
노무라는 직원들의 경력관리 체제도 개선했다. 여러 부서를 돌리면서 다방면에 능력을 갖춘 직원을 양성하던 방식을 버리고,한 부서에 집중적으로 근무시켜 전문가를 양성하는 식으로 바꿨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언어는 영어가 공용어가 됐다. 노무라증권 임원은 "리먼 인수 이후 사내 대화의 절반 이상,이메일의 70%가 영어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모두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한 뒤 일기 시작한 변화다.
◆다음 목표는 미국
노무라는 최근 미국에서 30억달러(약 3조4500억원) 규모의 달러표시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노무라가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하기는 처음이다. 노무라는 여기서 조달한 자금을 미국 금융시장 진출의 종잣돈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노무라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아시아 IB사업 부문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작년 4월 말 720명이던 미국법인 직원 수를 오는 3월 말까지 1600여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리먼 인수로 탄력을 받은 김에 숙원인 월스트리트 진출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노무라증권이 4월1일자로 사업법인의 담당을 지역별이 아닌 산업별로 재편한 것도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노무라는 기업금융본부 체제를 전기 · 정밀 소재 · 에너지 · 부동산 · 헬스케어 등 10개 업종으로 나눈 뒤 유럽과 아시아 등의 해외기업 담당조직과 통합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M&A의 자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주회사인 노무라홀딩스는 '리스크 자문그룹'을 신설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따른 리스크 관리체제를 강화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노무라의 발걸음이 무섭게 빨라지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