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들은 감독 당국에 HP가 해당 노트북을 리콜하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HP 노트북 사용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웹사이트인 파이왕에는 이미 1600명 이상이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중국 각지의 변호사 86명이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나섰다. 2007년 이후 팔린 HP 노트북에 화면 작동이 안 되거나 과열되는 문제가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30대의 쉬웨이씨는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18개월간 6차례 HP를 찾아갔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새 노트북으로 바꿔주지않으면 법정소송까지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녀 사냥식 HP 때리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소비자 주권 의식이 높아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 소비자의 날인 15일 공개된 지난해 소비자협회에 접수된 불만 건수는 전년보다 0.3% 줄었지만 인격이 훼손됐다며 제기한 건수는 1984건으로 4.9%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중국의 위상 강화와 함께 덩달아 커지는 애국주의와 맞물려 반(反)외자 정서로 흐르고 있다는 데 있다. 베이징 잉커로펌의 왕위펑 변호사는 "HP는 2003년 이후 해외시장에서 많은 제품을 리콜했지만 중국에서는 하지 않았다"며 중국 소비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자기업이 소비자들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반외자정서에 휘말린 사례는 HP가 처음이 아니다. 네슬레는 2005년 중국 당국이 분유에 기준치를 초과한 요오드가 들어갔다고 공개했지만 이를 무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겐다즈는 중국 내 아이스크림 하청 공장이 화장실 옆에 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도 그렇게 하청 공장을 관리했겠느냐는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나서는 삼성과 LG전자 등 한국 기업 역시 유념해야 할 새로운 차이나 리스크다.
오광진 국제부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