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베이커리숍을 경영하는 이혼녀 제인(메릴 스트립)은 아들 졸업식을 계기로 전 남편 제이크를 만나 엉겁결에 뜨거운 밤을 보낸다. 제이크는 10년 전 제인보다 스무살 어린 여자와 재혼해 새 가정을 꾸린 상황.그러나 제인과 하룻밤을 보낸 뒤 그녀와 재결합을 원한다. 비슷한 시기에 제인의 집을 리모델링하는 건축가 아담도 그녀에게 구애한다. 그녀는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 ('사랑은 너무 복잡해')

#2.가정주부 샌디(캐서린 제타 존스)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이혼하고 두 아이와 함께 뉴욕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커피점 아르바이트생인 애럼(저스틴 바사)을 만난다. 이민 여성에게 사기결혼을 당한 바 있는 그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남자.직장에서 일하는 샌디는 아이들을 돌보는 유모로 그를 고용한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

할리우드 여신 메릴 스트립(61)과 캐서린 제타 존스(41)가 각각 주연한 로맨틱코미디 '사랑은 너무 복잡해'와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이 나란히 개봉됐다.

두 영화는 미혼 남녀의 연애담을 주로 그렸던 로맨틱코미디들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이혼 경험을 갖고 있다. 연령대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환갑을 넘긴 메릴 스트립을 로맨틱코미디의 주연으로 기용한 게 놀랍다.

두 영화는 성 개방 풍조와 이혼율 상승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혼의 상처를 지닌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기 쉬운데다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기 어려운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의 고민까지 해결한다.

이혼 경험자들의 러브스토리는 표현 영역을 확대하면서 섹스 코드도 강력하게 담아낸다. 메릴 스트립은 친구들과 야한 농담을 주고 받는다. 젊은 아내가 있는 전 남편과 섹스를 한 뒤에는 새로운 문제로 고민한다. 스스로 그토록 혐오하던 불륜의 당사자가 된 것.남편을 빼앗아갔던 여인에 대해 복수했다는 야릇한 쾌감도 느낀다. 미혼 남녀 얘기에선 이런 심리상태를 절대 표현할 수 없다.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에서도 두 남녀의 섹스는 사랑의 종착지가 아니다. 서로의 관계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로 역할한다.

결국 두 영화는 사랑이란 감정의 스펙트럼을 넓혀준다. 이혼의 아픔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희망도 제시한다. '꿈의 공장' 할리우드 역시 새 길을 찾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