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립(而立 · 30세)인 바링허우(1980년 이후) 세대의 불립(不立).'

중국에서 개혁 · 개방이 본격화된 1980년 이후 출생자들인 '바링허우 세대'가 중국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이들은 경제 발전의 혜택을 받고 자랐을 뿐 아니라 1가족 1자녀 정책으로 대부분 독자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 세대가 스스로 일어선다는 뜻의 이립으로 불리는 30세가 되어가지만,'불립'에 빠졌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취업난과 치솟는 물가,3D업종 회피와 높은 소비 성향 등으로 안정된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바링허우 세대는 과거 왕자처럼 떠받들여진다고 해서 샤오황디(小皇帝)로도 지칭됐다. 그러나 요즘은 대학졸업장을 들고도 힘 없고 할 일 없이 몰려 산다는 뜻에서 이쭈(蟻族 · 개미족)로 불려지고 있다.

두 자리 성장률을 자랑하며 고도의 성장기에 가려졌던 또 하나의 이면이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 사회적 골칫거리로 본격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시장 태풍의 핵

바링허우 세대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노동자)들 사이에 귀향 열풍이 거세다.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살기 힘들어서다. 치솟는 물가가 일차적 주범이다.

특히 집값은 바링허우 세대가 도시의 삶을 포기하도록 하는 원인이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신랑왕이 최근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저장성에 살고 있는 바링허우 세대 33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둘 중 한 명은 월급이 월 3000위안(약 51만원) 이하다. 갓 회사에 취직한 농민공은 잘 받아야 1000위안 안팎이다. 이 돈으로 고향의 부모에게 생활자금을 부치고,㎡당 수만위안씩 하는 집을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 신세대의 특징 중 하나인 3D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은 이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기숙사나 음식 등 복지에 대한 요구 조건도 까다롭다.

광둥성에서 기계조립업체를 운영하는 김치형 한미실업 사장은 "젊은 직원들은 이직률이 높고 공장 안에서도 원하는 게 많아 관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최근 경기 호전으로 몸값은 점점 비싸지고 있지만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해 산시성 등 내륙으로 이전을 고민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에서 88만원 세대,청년백수는 늘어나는데 정작 중소기업 등 기업 현장에서는 구인난으로 아우성치는 모습 그대로다.

◆누(奴)의 세대

바링허우 세대는 공산정권 수립과 문화대혁명 등을 거친 부모 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정식 교육을 받고,경제 발전의 혜택을 누려왔기 때문에 눈높이부터 다르다. 집을 사도 좀 더 좋은 것,직장을 가져도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일을 해도 더 편한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정부가 공식적인 통계를 발표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취업난으로 도시의 바링허우 세대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결혼과 내집 마련 걱정에 빠져 산다. 신랑왕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바링허우 세대 중 1.7%만이 '행복하다'고 답할 정도다.

바링허우 세대는 돈 씀씀이가 헤퍼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측면도 있다. 월급을 몽땅 털어 소비하는 웨광쭈(月光族)가 되는 것도 모자라 카드 빚으로 연명하는 사람도 많다. 중국경제일보는 이달 초 카드 연체자들이 대부분 20대의 젊은이들이라며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베이징청년보는 최근 "취업 경쟁이 격렬해져 도시에선 가난한 청년집단인 개미족이 늘어나고 산업도시에선 높은 물가로 귀향하는 젊은 노동자가 증가하는 등 바링허우 세대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바링허우 세대가 국가와 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왜곡된 중국의 경제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