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와 결별한 후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가 인천 송도 도시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 사업에 투자를 유치,이달 말까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이달 말부터 도로 주행이 허용된 전기차 판매사업에 신규 진출하고 수입차 브랜드 판매를 확대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우차판매 최악의 위기

지난 10일 GM대우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은 대우차판매가 자금난에 빠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다. 내수 판매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대금 회수가 늦춰지기 일쑤였다는 게 사업 파트너였던 GM대우 측 설명이다.

GM대우 관계자는 "2008년 하반기부터 대우차판매로부터 대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작년엔 연체 횟수가 늘었고 올 들어 납입 시기조차 정확히 얘기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상황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대우차판매 관리직도 일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GM대우가 올 1월 지역총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대우차판매 영업망이 상당부분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우차판매 관계자는 "어렵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몇 가지 복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요 변동사항이 발생한 만큼 대우차판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단계에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가 마지막 기회

대우차판매는 이번 주중 현대산업개발 및 포스코와 송도 개발에 관한 협약을 맺기로 했다. 지난 10일 대우건설 및 롯데건설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데 이어 일주일 만에 건설투자자(CI)를 확대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산업은행 주도로 금융 대주단이 이미 결성돼 있는데다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기로 한 만큼 이달 말이면 자금경색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도 도시개발사업은 인천 연수구 동춘동 및 옥련동 일대 53만8600㎡(약 16만평)에 쇼핑몰과 문화시설,학교 등을 포함한 3800여 가구의 주거복합단지(파인시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대우차판매는 송도 부지를 특수목적회사(SPC)에 현물 출자하는 대신 일정 지분을 받고,지분을 초과하는 땅값 역시 현금으로 받기로 했다. 부지는 시가 기준으로 총 1조5000억원 규모다.

송도개발 SPC는 오는 9월 착공과 동시에 주택 분양을 개시하며,2013년 완공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차판매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송도 개발을 최대한 앞당겨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차판매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신차 판매를 전담할 별도 전문회사가 있어야 한다"며 1993년 설립한 회사다. 송도 개발사업은 대우그룹이 건재하던 1998년 그룹 본사 이전을 전제로 추진됐지만,외환위기로 그룹이 해체되면서 연기돼 왔다. 시장 일각에선 최종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사업 신규 진출


대우차판매는 전기차 판매사업에 뛰어들고 수입차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위기극복 방안을 짜고 있다. 이동호 대우차판매 사장은 "다양한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우차판매는 연내 시장 활성화가 기대되는 전기차 판매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GM대우와 결별했어도 여전히 전국 140여 개 딜러 네트워크와 서비스 센터가 남아 있어서다. 타타대우트럭 대우버스 등 GM대우와 관계없는 상용차 및 폭스바겐 아우디 크라이슬러 볼보 미쓰비시 등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GM대우가 갑자기 판매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바람에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라며 "뼈를 깎는 비용 절감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열어 GM대우에 대한 대응방안 및 향후 사업계획을 밝히기로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