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충남 연기군 세종시건설청 사무실.국무총리실의 조원동 세종시기획단장과 서종대 부단장이 밝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 자리에는 수정안에 반대,정부 측과 대화를 거부해온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원회'소속 주민 1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 단장은 이들에게 세종시 수정안이 왜 원안보다 연기군,나아가 전체 충청권에 유리한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날 분위기는 좋았다고 한다.

사수위는 연기군을 방문했던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수차례 계란세례를 퍼부었다. 그런 사수위가 정부의 수정안 브리핑을 귀담아 듣기 시작한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충청 민심의 기류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주호영 특임장관은 "세종시 수정안을 강력히 반대했던 연기군민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수정안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원안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조건 수정안을 반대해왔던 주민들이 수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역 여론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반대파 주민들 사이에서 지방선거 후에도 야당들이 세종시 문제를 계속 지원해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사수위의 기류 변화가 충청권 전체 민심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세종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파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는 것은 세종시 문제가 장기 미제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정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될 경우 수정안은 물론 원안에 따른 세종시 건설도 차질을 빚을 수 있고,그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연기군과 충청권이라는 현실적인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세종시 수정추진에 나서면서 정부청사 건설공사가 지연돼 당초 2012년 말 예정된 총리실 이전도 2013년 말에야 가능하다. 또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삼성 한화 웅진 등 대그룹의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세종시 유치도 물건너간다.

한편 정 총리도 이번 주말인 19일 충청권을 방문,이 같은 여론변화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정 총리는 이번 주말 충남 부여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 행사에 참석,축사를 한 뒤 고향인 공주로 이동해 1박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세종시 수정안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