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는 모습은 통계에서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잔뜩 위축돼 있던 1년 전과 비교해 설비투자,기계수주 등 주요 지표들이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설비투자 3개월 연속 '고공행진'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1월 국내 전체 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0.4% 늘었다. 설비투자(전년 동월 대비)는 지난해 10월 -0.4%에서 11월 10.2%,12월 21.1% 등 3개월 연속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 지표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초입인 2008년 7~9월 이후 처음이다. 분야별로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등이 모두 늘었다. 제조업종의 투자동향을 보여주는 '기계류 투자'는 지난해 10월 0.4% 감소한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올 1월에는 15.1%가량 늘었다. 물류 · 유통업종의 투자지표인 '운송장비 투자'도 지난해 11월(21.5%)과 12월(27.4%)에 이어 1월엔 41.7%로 급증했다.

1월 설비투자(전년 동월 대비)가 급증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지난해 초 기업투자가 급감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지만 기업들이 경기회복 기대감에 투자를 재개하고 있어서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설비투자와 더불어 기업들의 6~9개월 뒤 투자동향을 보여주는 '국내 기계수주'(선박 제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기계수주액은 전년 동월 대비 11.3% 늘었다. 지난해 11월 56.2%,12월 21.2%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민간부문의 기계수주가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기업들의 기계수주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거지기 시작한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오다가 지난해 9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52.4%나 늘었고 올 1월에도 18% 증가했다. 특히 민간부문 가운데 제조업종의 기계수주액은 1월에만 41.5%나 급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1월 공공부문(공기업) 기계수주는 27%가량 줄어든 반면 민간부문 수주는 20% 가까이 늘었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 민간기업들이 투자를 주도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투자심리 회복세 언제까지?

이처럼 기업 투자가 회복되는 추세지만 그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1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9.8% 줄었다. 기계수주도 전월 대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1월 26.2% 증가했던 것에서 12월엔 17.6% 감소했으며 지난 1월에도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경기흐름을 예고하는 1월 경기선행지수(전년 동월비)가 1년 만에 하락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도 조금씩 불거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럽발 재정위기 등 향후 경제흐름을 좌우하는 변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 투자심리는 완만하지만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경기전망이 워낙 불투명해 기업들이 최소한의 보완투자도 하지 않았다"며 "올해 우리 경제가 5% 안팎의 성장을 할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인 만큼 작년과 같은 '투자 빙하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600대 기업의 올해 시설투자 총액은 지난해보다 16.9% 늘어난 103조191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을 보여주는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116.2로 7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