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 생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다음 달부터 생산라인 가동률을 150%로 높이기로 했다. 늘어나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자체 생산으로 감당하기 힘든 물량은 외부업체에 아웃소싱할 방침이다.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인 생산설비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초 구조조정 설까지 나돌던 두산인프라코어,현대위아,S&T중공업 등이 '지옥에서 천당으로'와 같은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 회사들의 공작기계 생산라인 가동률은 올 들어 이미 100%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생산설비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며 "대기업에서 시작된 설비 투자의 온기가 중소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동차,IT 업계 "기계 더 없나요"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경기불황 속에서 질주해온 주력 업종의 '선전 효과'가 부품 및 중소 협력업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 가장 많은 양의 기계를 주문한 것으로 나타나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공격적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공작기계 업체도 동반 호황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YF쏘나타 뉴SM3 등 신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기 위해 새로 기계를 주문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IT 업체들도 생산설비에 들어갈 기계 주문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이 LED(발광다이오드) TV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면서 관련 생산설비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지난 주말 1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 계획을 확정한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은 "LED,3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신규투자가 마무리돼도 생산여력이 모자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시멘트 건설 관련 업종 여전히 냉랭

경기회복의 온기가 전 업종에 고루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로 신규 선박 수주가 힘든 조선 업종은 설비 주문이 전년보다 줄어든 상태다. 작년 국내 공작기계 수요 업종 중 자동차 분야 비중은 30%에서 45%로 늘었고 IT분야는 10%에서 15%로 확대됐다. 반대로 조선분야 비중은 20%에서 10%대 수준으로 축소됐다. 시멘트 업계는 건설경기 악화로 설비보수 외에 신규 설비투자나 증설 계획을 거의 세우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작기계 수요 비중이 국내 산업계의 날씨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추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와 전자기기,자동차 및 관련 부품 업종은 지난해보다 각각 투자를 100%와 52.2%,53.7% 늘릴 계획이다. 반면 조선 · 기타운송장비 업종은 투자 규모를 36.6% 줄일 방침이다. 황인학 전경련 산업본부장(상무)은 "올해 제조업 시설투자는 전자와 자동차가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며 "제조업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20%가량 투자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내수 시장만 4조원

공작기계 업계는 올해 수출과 내수 모두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 및 IT산업의 선전으로 한국 공작기계 수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는 올해 공작기계 내수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4조1800억원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리고 있어서다. 수출도 중국,인도,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 부문 수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15억달러 안팎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고마쯔,제이텍,티즌 등 일본 경쟁업체들이 저가기종 생산을 확대하고,규모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까지 겹쳐 치열한 경쟁은 여전히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창민/송형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