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식목일 행사를 시작한 때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4월5일.식목일을 4월5일로 정한 것은 24절기의 하나인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한 시기라는 이유도 있었지만,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라는 태종 무열왕 7년에 3국을 통일했다. 다만 독자적인 힘으로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당나라의 힘을 빌려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다.

당나라는 백제의 옛땅에 웅진도독부를,고구려 옛 땅에는 안동도호부와 9도독정을 설치해 고구려와 백제의 옛땅을 통치했다. 이에 신라는 문무왕 10년부터 8년간 당나라와 싸웠고,그 결과 문무왕 17년(서기 677년) 2월25일 당나라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고 마침내 3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바로 이날이 양력으로 4월5일이다.

조선 태조 때부터 동대문 밖의 선농단(先農壇 · 풍년을 기원하는 제단)에서는 적전(籍田 · 임금이 친히 경작하는 토지)을 마련하고 경칩 뒤의 첫 번째 해일(亥日)인 3월10일에 임금이 친히 제(祭)를 지낸 뒤 쟁기를 잡고 밭을 갈아 보임으로써 농사의 소중함을 만백성에게 알리는 의식을 행하였는데 이때가 양력으로는 4월5일이다.

따라서 식목일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농경사회의 혼과 얼이 깃든 매우 뜻깊은 날이다.

우리의 산림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황폐화해 민둥산의 모습으로 변했으며 이로 인한 홍수 피해를 연례행사처럼 겪었다. 1960년대 이 같은 산림을 복원하고자 식목일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대대적인 식목행사가 이루어졌다.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나무를 심고 송충이를 잡아가며 우리의 산림을 가꾸어 왔다. 그 결과 산림은 푸른 숲으로 변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식목일의 의미가 사라져가고 있다. 공휴일에서 제외된 탓일까,아니면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 탓일까.

이제부터라도 식목일을 지나간 기념일로 생각하지 말고 1960년대의 정신으로 돌아가 공익적 자산인 산림자원을 보다 더 푸른 산림으로 가꾸기 위한 녹화운동에 우리 모두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온 국민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의미 있는 날로 식목일이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제명 < 농협중앙회 청주교육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