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들이 국내 수입차업체들에 화가 나도 단단히 났습니다. 소비자들에게는 '최후의 수단'인 불매 운동까지 시작할 정도입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15일 수입차업체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높은 판매 상승세를 보이며 호황을 누리고 있는 수입차업체들이 올해 부산에서 열리는 2010 부산 국제모터쇼에 단체로 참석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부산 지역 120여개 시민단체는 이날 공동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수입차 업체들이 모터쇼 불참의사를 번복하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0일 부산 해운대 BMW 전시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한 데 이어 16일에는 해운대 벤츠 전시장 앞에 집결해 불매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라 갈수록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불매운동을 이끌고 있는 조정희 부산 여성NGO연합회 대표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 대표는 "수입차 업체들이 부산과 동남권 지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도 경제위기라는 이유로 단체로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나섰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부산 모터쇼 주최 측은 불참을 결정한 업체들과 접촉해 “하다못해 전시장에 있는 차라도 출품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업체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더군요.

게다가 행사 참가 유치 초기에는 그래도 1~2곳 정도가 참가의사를 보였지만, ‘한 곳이 나가면 다 나가야 한다’는 업체들 간의 ‘알력’이 작용해 단체로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조 대표의 주장입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돈 되는 것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외면하는 이중 태도"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입니다.

부산 시민들이 더욱 화가 난 이유는,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모터쇼와 극명한 대조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4월 23일 열리는 베이징모터쇼에는 반대로 참가하지 않는 외산 자동차 업체를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한 마디로 부산 지역 시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겁니다. 조 대표는 “이런 식으로 행동할 경우, 부산에서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 X망신을 당하게 만들고 말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수입차업체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이 처음은 아닙니다. 특히 일본차 업체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이 잦았는데, 독도문제 등 외교적 마찰이 대부분의 원인이었죠. 이번 사태는 조금 다릅니다. 다른 외부적 요인이 아닌, 업계 내부로부터의 직접적인 영향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지난 4일 수입차협회가 발표한 2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6438대로, 사상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수입차업체들은 불참 이유로 ‘경기 불황’을 대고 있지만, 이 같은 판매량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됩니다.

더군다나 부산, 경남지역은 서울 다음으로 한국 내 수입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전체 판매량 중 부산지역 등록대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개인구매 6.1%(197대), 법인구매는 10.9%(350대)였습니다. 특히 경남지역에서는 법인구매로 모두 1972대(61.5%)가 팔려 서울(510대)을 제치고 전체 지역 중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부산 국제모터쇼는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행사입니다. 역시 격년으로 열리는 서울 국제모터쇼와 한 해씩 번갈아가며 열리는 한국의 ‘2대 모터쇼’입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국내 모터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단 6개 수입차업체만이 참가하며 어느 정도 규모 축소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수입차 시장이 여실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전시장에 있는 차마저도 빼주지 않는 업체들의 태도에 실망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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