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업본부를 만들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습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1억원 차이로 탈락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대우건설 관계자)

15일 오후 신울진 원전 1,2호기 입찰 결과가 발표되자 수주경쟁을 벌였던 2개 컨소시엄의 주력업체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 안국동 현대건설 사옥 인근 음식점에서 발표를 기다리던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짓고 있거나 수주한 원전에 신울진 1,2호기까지 합쳐 총 10기가 되면 원전사업본부를 설립하겠다고 직원들에게 약속했다"며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환호했다.

반면 1조910억원으로 1억원을 높게 적어 아깝게 탈락한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현대건설이 값을 상당히 낮게 써냈다고 들었는데 1억원 때문에 고배를 들 줄은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현대건설은 이번 낙찰을 통해 원전 시공 기술력과 시공경험 등에서 국내 최고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됐다. 현대건설은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0기 중 12기를 지었다. 건설 중인 6기 중 4기도 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400억달러 규모의 원전을 수주하는 데도 기여했고 국내에선 2007년 신고리 3,4호기에 이어 3년 만에 원전 시공사로 선정됐다.

신울진 원전은 UAE에 수출된 한국형 원자로인 1400㎿급 APR1400을 모델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공사를 수주하면 향후 해외 원전시장 개척에 중요한 교두보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입찰경쟁이 치열했다. 작년 4월 이후 '저가(低價)입찰' 싸움이 벌어지면서 아홉 차례나 유찰 사태를 빚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건설은 국내외를 합쳐 3개월 만에 APR1400 모델을 2개나 수주함에 따라 수출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이번 입찰은 그러나 △공정성 시비가 사그라들지 않고 △최저가 입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쟁을 벌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금호산업,삼부토건) 및 대우건설(두산중공업,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10일 전산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자 입찰가격 노출 가능성을 들어 3시간 뒤 속행된 현장 입찰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대건설이 전자입찰 당시보다 더 낮춘 가격으로 현장입찰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입찰 과정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법적 소송까지 벌여 입찰 무효를 검증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저가 입찰 원칙을 고수하다 한수원 및 상당수 건설업체가 1년가량 시간과 자원을 낭비했다며 이번 기회에 최저가 입찰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장규호/노경목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