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ㆍ日 '리튬 전쟁'…南美 소금호수를 잡아라
지난해부터 칠레 아타카마 염호(鹽湖)의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삼성물산(상사 부문)은 일본 종합상사들의 집요한 공격에 애를 먹고 있다. 개발권을 갖고 있는 칠레의 현지 업체와 지분 양도를 위한 기본 합의를 했음에도 일본 종합상사가 계속 '가격 올리기' 전략으로 치고 들어오는 통에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칠레뿐만 아니라 남미 리튬 염호 주변엔 늘 한 · 일 기업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생산 가능한 리튬의 90%가 남미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 1,2위를 다투는 양국이 원료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매물로 나온 개발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 일 종합상사 자존심 대결

지난 14일 광물자원공사는 광물1팀 직원 전원을 아르헨티나로 급파했다. 매장량 2만3000t에 달하는 옴프렘에르트 염호 지분을 비롯 매물로 나온 개발권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LG상사도 이곳에서 개발권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지난 1월 도요타 계열 도요타통상이 아르헨티나의 사라르 드 오라로즈 염호 지분을 인수한 게 악재"라며 "한 · 일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고 다들 값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때만 해도 사려는 쪽이 '갑'이었다면 지금은 정반대"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리튬 염호로 알려진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에선 한 · 일 양국의 리튬 채취 기술이 서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박성국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리튬 전문 연구원은 "우유니 염호는 칠레,아르헨티나 등과 달리 열악한 환경 탓에 새로운 채취 기술이 필요한 곳"이라며 "볼리비아 정부는 채취 기술을 갖고 오는 곳에 개발지분을 주겠다는 입장이고,이를 위해 한국,일본을 비롯 프랑스,중국,미국 등이 달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유니 염호 개발을 위해 한국 쪽에선 RIST를 비롯 지질자원연구원,광물자원공사,전남대 연구소 등이 연구 그룹을 이뤄 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다. 한국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볼리비아 정부 관계자를 만나 개발권 양도를 설득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스미토모,미쓰비시상사 등이 뛰어들었다.

기술 경쟁은 해수 리튬 개발에서도 한창이다. 포스코가 2015년까지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 작업을 마치고 연간 2만~10만t 규모의 탄산리튬을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이 시발점이다. 박성국 연구원은 "일본은 1980년 일본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를 중심으로 해수 추출 기술을 연구해왔으나 비용이 너무 높아 규모를 축소했다"며 "우리는 지질자원연구원이 10년 정도 연구 이력을 갖고 있어 조만간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 확보가 전기차 양산의 지름길

한 · 일 양국이 리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리튬을 싸게 들여올 유일한 방법이 직접 개발하는 것 외엔 없기 때문이다. 리튬 시장은 칠레의 SQM을 비롯 미국 FMC와 독일 케메탈 등이 쥐고 흔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SDI,LG화학 등 배터리 제조업체로선 비싼 값에 리튬을 수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작년 말 기준으로 리튬 가격은 t당 6000달러 선이지만 SQM 등 판매 기업의 생산 원가는 턱없이 낮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 기업인 칠레 SQM사의 생산 원가가 t당 1500달러"라며 "리튬이 과점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리튬계 배터리를 만드는데 원료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로선 리튬을 싸게 들여올 수만 있다면 배터리값을 낮출 수 있고,이를 통해 전기차 대량 양산을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리튬=휴대폰,컴퓨터용 배터리셀로 쓰일 때만 해도 공급이 수요를 웃돌았다. 최근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셀의 원료로 활용되는 등 산업용 '쌀'로 부각되면서 향후 공급이 달릴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소금호수를 증발시켜 리튬을 추출하는 방식이 가장 생산 비용이 덜 든다. 전 세계 매장량 가운데 75%가 염호에서 나온다. 나머지 25%는 광석에서 추출한다. 생산비용은 염호 추출의 2배다. 해수 추출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