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위원장 "폐허의 디트로이트…충격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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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장 견학후 노조 기고문…車산업 메카서 비극의 도시로
"울산도 그렇게되지 말란법 없어…반면교사로 삼아야"
"울산도 그렇게되지 말란법 없어…반면교사로 삼아야"
"디트로이트 도심이 폐허가 되고,무너져가는 건물이 즐비한 현장을 목격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장(노조위원장)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지난달 1일부터 10일간 미국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노조집행부와 함께 둘러본 뒤 느낀 소회였다. 이 노조위원장은 이 충격을 혼자 감당할 수 없어 최근 노조신문에 방문기를 실었다.
16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사태가 현대차에서도 재연되지 않는다고 어느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느냐"며 "이럴 때일수록 노사가 힘을 합쳐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디트로이트를 찾은 것은 지난 2월4일.그는 "어린 시절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진 저로서는 황량한 디트로이트를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계 최강 노조로 미국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몰락도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디트로이트 GM델타공장의 버라이언 페드라인 노조위원장을 만나 "왜 이 지경이 됐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노조의 타이밍'이 늦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기 이전에라도 노사가 한 발짝씩 양보해 대타협을 했다면 현재와 같은 위기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한때 60여만명에 달했던 미국 최강 노조의 현재 조합원 수는 6만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디트로이트의 비극을 바라보며 당장 자동차 도시 울산부터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로 현대차 근로자들이 대규모 구조조정 됐을 때 근로자들은 물론 울산지역 경제가 심한 불황에 빠졌던 아픔을 지울 수 없다"며 "다시 이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현대차 노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디트로이트 몰락 사태가 온 근본적인 요인은 값싼 노동력을 좇았던 무분별한 해외공장 확대와 외형적 성장이라는 GM의 무차별 세계화 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미 자동차 노조의 지나친 복리후생과 높은 임금,낮은 생산성은 경영체질을 부지불식간에 약화시켰다는 점도 인정했다.
귀국길인 지난 2월9일 노조집행부는 베이징 현대차 공장도 찾았다. 그는 중국이 일본을 따돌린 지 3년 만에 미국마저 뒤로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판매국으로 올라선 데 또 한 번 놀랐다. 그는 또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택시 승차장에 즐비한 택시 3대 중에 2대가 현대차인 것을 보고 더없이 자랑스러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중국이 자동차 관세를 무려 25%나 부과하기 때문에 현지에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며 현대차의 세계화 전략에 다소 유연한 시각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품질 좋은 명차 생산이 곧 고용안정'이라는 제목의 소식지를 통해 도요타 리콜 사태를 계기로 현대차를 세계 제1의 명차로 만들기 위한 노조 역할 등 노사 상생의 '윈-윈' 전략을 내놓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산업계와 노동계는 지난 22년간 민노총 강성파업을 주도하며 미국 GM노조보다 더 강성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현대차 노조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중도 실리 노선으로 당선된 후 노조 설립 이래 첫 무분규 임단협을 타결했기에 더욱 그렇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