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터넷 수능강의 홈페이지인 EBSi에는 '끊김 현상이 갑자기 늘었다'는 수험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동영상 다운로드 횟수가 이틀간 100만938건으로 전 주에 비해 134%나 증가해 서버가 견디지 못한 탓이다. EBS에 접속자가 갑자기 많아진 이유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10일 "EBS 수능강의 내용이 수능시험에 70% 또는 그 이상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사교육 업계는 "EBS가 하면 얼마나 하겠느냐"며 콧방귀를 뀌고 있다. 교과부는 "이번엔 다르다"고 벼르고 있다. 2조원대로 추정되는 수능 사교육 시장이 EBS 강의에 흔들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당국 "사교육 잡는다"

교육당국은 EBS를 '사교육 저격수'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김규태 교과부 평생직업교육국장은 "종전에도 EBS로 수능을 대비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이번에는 실행 수준이 예전과 다르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EBS와 수능이 직접 연계된 문항이 전체의 30%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70%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것.교육계는 같은 지문이나 거의 동일한 유형 등을 사용할 경우 '직접 연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국장은 변별력 문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EBS에서 수능문제 70%를 낸다 해도 입학사정관제 등 수능 외 요소를 활용해 학생을 뽑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교현장은 안 장관의 발언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서울 이대부고에 다니는 고3 학생 이모양(18)은 "학교 쉬는시간에 EBS 수능 강의를 다운받아 보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전에 비해 화질도 좋아지고 최상위권 강좌도 늘었다"고 평가했다. PMP · 전자사전 등에 대한 수요도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남 분당의 학부모 김모씨(50)는 "고교생 아들이 EBS를 봐야 한다며 새 PMP를 사 달라고 조르고 있다"고 전했다.

EBS 강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자 EBS 측은 부랴부랴 서버 증설 등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서동원 EBS 홍보팀장은 "스트리밍(실시간) 서버를 다운로드 서버로 전환하고 서버 용량도 25%가량 늘릴 예정"이라며 "최상위권 강의 편수도 전체의 9.2%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수신료에서 EBS가 가져가는 비율(현재 2.8%)을 높일 방침이다. '실탄'을 갖고 사교육 업체보다 뛰어난 강의를 하라는 뜻이다.

◆사교육 업체들은 '콧방귀'

사교육 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시적으로 EBS에 눈길이 쏠릴 순 있지만 시험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가 EBS에서 수능문제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사교육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학습 효과도 남아 있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EBS를 뛰어넘는 강의를 만들어 학생들이 변별력을 갖추도록 하면 된다"며 "70%가 EBS에서 나오더라도 나머지 30%를 맞출 수 있도록 더 좋은 강의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메가스터디 주가는 안 장관이 발표한 10일 10.80% 하락했지만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씨티은행과 동양종합금융증권 등에서도 "학생별 맞춤형 교육은 EBS보다 메가스터디가 우세하다"는 평가를 담은 리포트를 내놨다.

아예 EBS강의나 교재를 1차 자료로 삼아 보충강의를 하는 식으로 교육하겠다는 업체도 있다. 이영덕 대성학원 이사는 "정부 당국에서 이 정도로 얘기한다면 수험생들도 불안해서 EBS를 보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재수학원에서 EBS에 대한 보충교재를 만들어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