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용인 에버랜드 내에 있는 레스토랑 '베네치아'에는 아침부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비스하는 직원들의 눈빛은 평소보다 훨씬 의욕이 넘쳐보였다. 삼성에버랜드 2010년 신입사원들이었다.

이날은 사실상 교육 마지막 날이었다. 에버랜드는 책상 앞에서 하는 신입사원 교육은 포기했다. 대신 두 개 조로 나눠 하루 동안 식당을 운영한 결과로 신입사원 교육과정을 평가키로 한 것이다. 두 팀은 보름간 준비해온 메뉴를 들고 고객을 맞았다. 한 팀은 스페인 요리를, 다른 팀은 퓨전한식을 팔았다.

에버랜드는 새로 도입한 교육을 '즐거움을 요리한다'는 뜻으로 'Cook Delight'로 이름 붙였다.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신입사원들은 고객 서비스교육,위생안전,메뉴개발,식재료 구매,인테리어,정산까지 교육을 받았다. 조리를 위해 칼질을 배운 것은 물론이고 보건증도 받았다. 이들은 식당운영을 준비하면서 E&A(빌딩 자산관리,에너지,조경) 푸드컬처(급식,식자재 유통) 리조트(테마파크,고객서비스) 등 전 사업부문을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기존 강의실 교육에서 벗어나 체험을 통해 실천적으로 교육할 방법을 찾아 이번 교육과정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버랜드의 파격적 신입사원 교육은 창조적이며 실무에도 능한 인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한 삼성그룹의 노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창조적 조직 문화에 맞는 실무형 인재 선발을 위해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확 바꿨다. 인문계와 이공계로 구분해온 인턴십 프로그램을 하나로 통합하고 실습기간도 과거보다 2배 늘어난 8~9주로 늘렸다. 실습성적이 우수하면 최종면접만 보고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취업관련 면접준비와 입사지원서 꾸미기보다는 전공을 보다 더 심도있게 연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임직원들의 경력을 상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커리어개발 프로그램(myCDP)을 최근 도입했다. 회사 내에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고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직무전환을 미리 계획해 이를 시스템에 입력하고,멘토를 선정해 상담하고,그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안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직무를 바꾸고 싶어도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통로가 없었던 문제점을 해결,직원들의 역량을 극대화한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커리어개발 시스템 도입을 통해 여러가지 업무를 두루 경험해 본 T자형의 창조적 인재를 적극 발굴,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창의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노력을 계속 펼쳐왔다. 2008년 10월부터 넥타이를 푼,비즈니스 캐주얼을 기본으로 복장을 자율화했고 작년 4월부터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원사업장을 '대학 캠퍼스'처럼 바꿔가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 디지털 시티(Samsung Digital City)' 프로젝트다. 글로벌 인재들이 근무하고 싶어하는 꿈의 일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올 6월까지 1단계로 사업장 내에 보행자 중심의 아름다운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설치키로 했다. 또 체험형 조경공간과 인근 원천천을 연계한 산책로를 조성하고 다양한 체육공간도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세대 직원들의 기호에 맞춰 피자 · 베이커리 · 커피전문점 등이 들어서는 푸드코트를 세우고 스카이라운지도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1년까지 2단계로 건물 재배치와 사업장 시설물 개선,주차공간 증설,외벽도색과 대중교통 확충 등을 통해 삼성 디지털 시티를 감성과 소통 · 문화의 공간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