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5월 출시하는 중형세단 'K5(가칭·개발명 TF)'에 후진주차와 평행주차를 자동으로 해주는 '자동주차 시스템' 등 동급 최고 수준의 편의사양을 적용하기로 확정했다.

기아차는 16일 경기도 화성공장에서 열린 'K7 수입차 비교시승회'에서 오는 5월 출시 예정인 중형세단 'K5(개발명 TF)'과 다음 주 출시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R'의 실제 차량을 공개했다. 이전까지 회사 측에서 제공한 사진이나 스파이샷 등을 통해 외관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실물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 많던' 자동주차 시스템, 탑재 '확정'

이날 공개된 차량의 내부모습을 안으로 들어가서 볼 수는 없었지만, 차창 너머로 비친 운전대 옆에는 자동주차 시스템 작동단추로 추정되는 버튼이, 차체 주변에는 이를 위한 센서들이 장착돼 있었다. 이와 관련, K5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기아차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K5에 자동주차 시스템을 탑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지금까지 국산차에서는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자동주차 시스템은 운전자가 버튼을 누르면 차량이 센서로 주변 공간을 감지해 운전대의 조작 없이 자동으로 주차해 주는 장치다. 운전자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주행(D)-주차(P) 사이에서 변속기를 조정하며 제동페달로 속도를 조절해주기만 하면 된다. 이 시스템은 당초 이달 23일 출시 예정인 '스포티지R'에 탑재를 추진했으나 안전 점검 등을 이유로 적용을 연기한 바 있으며, 이를 반증하듯 이날 공개된 스포티지R 실차에는 자동주차 시스템에 필요한 센서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아차는 5월 K5의 출시 때까지는 안전성 검증이 모두 완료돼 이 장치를 적용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 기능의 명칭을 '자동주차 시스템'이라고 부를 지는 미정이다.

◆차선이탈 복귀, 신개념 열선…'동급 최고수준'

K5에는 이 밖에도 동급 최고 수준의 다양한 첨단사양을 탑재할 전망이다.

먼저 오는 12월 출시 예정인 현대차 '신형 그랜저(개발명 HG)'에 탑재키로 한 '차선이탈 자동복귀 장치(LKAS)'를 선적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운전 중 차선을 이탈하면 이를 감지해 경보를 울려주는 데 그쳤지만, 이 기능을 탑재한 차는 갑작스러운 차선 이탈을 감지하면 운전대가 더 이상 돌지 못하게 하는 직접적인 개입에 들어간다.

이밖에 지난해 11월 출시한 준대형세단 'K7'에도 적용돼 인기를 모았던, 운전대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열선 스티어링휠'을 적용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시트 내부에 열선을 깔고 전기를 흘려 좌석을 데워주는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면(面) 발열시트'를 탑재한다. 이 시트는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웰빙(Well-being)' 작용까지 한다.

아울러 전조등과 후미등 부분도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유형의 발광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후미등의 경우, 모델에 따라 일반 램프 방식과 유기발광다이오드(LED)로 차별화를 추구했다.

한 때 국산차 최초로 적용을 검토했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기능은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 BMW 등 외산 고급차종에서 볼 수 있었던 이 기능은 주행속도 등 각종 정보를 운전석 앞 유리창에 띄워 표시해 주는 장치로, K5의 개발 초기단계에서 탑재를 검토했으나 비용 문제로 양산차 적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자체 기술은 확보한 상태여서 추후 현대기아차가 출시하는 준대형급 이상 차량부터는 탑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비 '쏘나타'보다 높다…세계시장 '정조준'

K5는 현대차 '신형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2.0ℓ 엔진과 2.4ℓ 가솔린 직분사식(GDi) 엔진이 6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탑재된다. 2000cc급 세타 II CVVT 엔진은 최고출력 165마력, 최대토크는 20.2kg·m다. 2400cc급 GDi 엔진은 최고출력 201마력, 최대토크 25.5kg·m다. 연비는 2.0 모델 기준으로 ℓ당 13.0km를 주행해 12.8km인 쏘나타보다 약간 높아졌다. 외관 디자인을 통해 공기저항계수를 줄이고 차체 경량화로 연비를 개선했다고 개발진은 설명했다. 가격은 미정이지만, 기존 모델대비 인상폭을 최소화 하겠다는 목표다.

K5는 내년 미국시장에도 출시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2000cc급 4기통 쎄타 II 엔진에 공기 흡입량을 크게 늘려 출력을 높이는 '터보 차저'가 적용된 '직분사식 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을 출시키로 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약세를 보였던 유럽시장에서도 판매를 확정했다. "전세계에 자신 있게 선보이는 초유의 글로벌 전략차종"이라는 게 K5 개발진의 설명이다. K5의 하이브리드 버전은 이르면 올 12월부터 생산되며 본격적인 판매 시기는 연말 내지는 내년 1분기로 계획 중이다.

화성=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