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기아차 K7, '강남 쏘나타'와 '진검 승부'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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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준대형차 ‘K7'과 렉서스 'ES 350'의 '한 판 승부'가 펼쳐졌다.
기아차는 16일 경기도 화성 공장의 주행성능 시험구간에서 준대형 세단 K7의 최고급사양 VG350과 배기량 기준으로 동급인 렉서스 ES 350의 성능을 비교 체험하는 비교시승회를 개최했다.
K7의 상품개발을 총괄한 황정렬 기아차 연구개발담당 이사는 이날 시승회에 앞서 “출시 당시 밝혔듯 K7은 소위 ‘강남 쏘나타’라 불리는 렉서스 ES 350을 정면으로 겨냥해 개발한 모델”이라며 “두 차종의 성능을 직접 비교해보고 기아차의 연구개발 수준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시승이 이루어진 코스는 차량의 조향성능을 체험하기 위한 ‘지그재그’ 코스(슬라럼)와 급회전 구간, 가속능력 체험을 위한 길이 300m의 직선구간 등으로 구성됐다. 길이 4km의 고속주행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먼저 ES350을 몰고 시승구간으로 나섰다. ‘리콜 사태’로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안락함을 절대적인 가치로 추구한 일본 태생의 세단답게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줬다. 출발과 동시에 가속페달을 급하게 밟아도 그리 큰 소음이 나지 않는 정숙성도 돋보였다.
지그재그 코스로 진입해 운전대를 좌우로 급하게 꺾어보니 회전이 시작되는 순간 차체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이동하는 느낌을 받게 됐다. 다소 물렁한 서스펜션(차량 하단 충격흡수장치) 세팅 때문인지 밖에서 주행모습을 지켜봐도 차체가 기우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다음은 급격히 휘어진 급회전 구간, 코너를 향해 달려가며 운전대를 꺾었다. 제동페달을 깊숙이 밟은 후 차를 거의 세운 후에야 구간을 통과할 수 있었다. 길이 300m의 직선구간에서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차가 매끄럽게 도로를 박차고 나가며 부드러운 변속이 이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급제동을 위해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니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며 둔탁하게 차를 세웠다.
이어서 K7의 차례, 역동성과 날카로운 핸들링을 내세운 차인만큼 가속페달과 운전대의 반응이 빠르다. 출발선에서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자 기다렸다는 듯 뛰쳐나간다. 슬라럼 코스에서는 운전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꺾지 않아도 순발력 넘치는 선회성능을 보여줬다.
급회전 구간에 들어서서는 속도를 시속 80km까지 올렸다. 타이어의 마찰음이 명료하게 들릴 만큼 차를 좌우로 급히 움직였다. 민첩하게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삼각뿔을 피해 나갔다. 다음은 최대가속 체험 후 급제동 코스. 강한 엔진음을 내며 달려나가다가도 급브레이크를 밟자 ‘끼기긱’ 하는 소리와 함께 바퀴잠김방지장치(ABS)가 개입하며 차를 세웠다. ES 350이 부드럽게 멈추는 반면, K7은 차를 아래로 내리꽂듯 멈춰 섰다.
두 차량을 수차례 번갈아가며 시승해 본 결과, 성향이 판이하게 다른만큼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실제로 제원상 수치도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동력성능을 보면 K7 VG350은 3470cc 엔진으로 최대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4.5kg·m을 발휘한다. ES 350은 3456cc 엔진으로 277마력에 35.3kg·m의 성능을 낸다. 최대출력 면에서는 K7이 높지만, 순발력의 척도인 토크 수치는 ES 350이 약간 높다. 기아차 개발진은 연비를 높이기 위해 토크 수치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비 면에서는 K7이 ℓ당 10.6km로 ES 350(9.8km/ℓ)보다 ℓ당 0.8km를 더 주행할 수 있다.
차량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K7이 7.2초로 ES 350(7.3초)보다 빠르다. 60km/h에서 100km/h까지의 추월가속 시간도 K7은 3.8초로 ES 350(4.1초)를 앞선다.
차량의 크기를 보면 K7의 길이는 4965mm, 넓이 1850mm, 높이 1475mm로 ES 350(4860 X 1820 X 1450mm)보다 크다. 타이어도 ES 350이 17인치급을 탑재한 데 비해 K7은 18인치급을 적용했다.
가격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K7 VG350의 가격은 4200만원으로, ES 350(6750만원)보다는 2450만원 싸다. 미국에서의 각 차종의 판매 가격은 한국보다는 격차가 적다. 기아차는 K7의 미국 내 판매가격을 2만8600달러(약 3245만원) 수준으로 책정할 전망이다. ES 350은 미국 시장에서 3만6000달러(약 4085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화성=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