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결정과 경기선행지수 발표, 그리스 구제안 등 굵직한 해외 변수들이 연일 계속되면서 시장참여자들의 관망심리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결정이나 그리시 구제안 자체는 시장에 중립 이상의 이벤트로 판단되지만 미국 경기선행지수의 정점 통과 우려나 금융규제안 의회 상정 등은 투자심리 개선 속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미국의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나며 매크로 지표는 순항 중인 만큼 국내증시의 전고점 돌파 시도는 계속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부 모멘텀이나 주도주의 확인이 쉽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지수 보다는 개별기업의 실적 변수를 토대로 핵심 수출주와 중국 관련주를 공략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미국과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혼조세로 마감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17.46포인트(0.16%) 상승한 10642.15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0.52포인트(0.05%) 오른 1150.51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5.45포인트(0.23%) 하락한 2362.21로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 증시는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미국과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AAA'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약세를 보였다.
◆ 현대증권 "美 은행규제안, 증시 영향 제한적"
현대증권은 미국 은행규제안이 국내증시의 불안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악재의 깊이는 과거와 달리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토드 금융위원장의 은행규제안이 강화될 것이라는 뉴스가 전날 장중에 전해지며 시장심리를 악화시켰다"면서 "하지만 이전과 같은 심각한 증시하락 요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자산규모 1000억달러 이상의 은행에 대한 규제에서 자산규모 500억달러로 하한선이 내려가면서 더
많은 은행들이 규제안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
양 연구원은 "이번 개혁안은 공화당과의 초당적 규제안 마련에 실패한 상황에서 나온 민주당만의 독자안이고, 슈퍼 60석의 지위를 잃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안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나며 매크로 지표는 순항 중"이라며 "규제리스크가 시장심리를 압박하고는 있지만 이전처럼 시장을 심각히 위협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되는 만큼 국내증시의 전고점 돌파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신한금융투자 "핵심 수출주, 중국 관련주로 대응"
신한금융투자는 개별기업의 실적 변수를 토대로 핵심 수출주와 중국 관련주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국내증시가 경기모멘텀 둔화 우려 속에 외국인 수급에만 의존하는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지수의 방향성 보다는 외부 변수들의 전개에 발을 맞춰 나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결정과 그리스 구제안 자체는 시장에 중립 이상의 이벤트로 판단되지만, 미국 경기선행지수의 정점 통과 우려나 금융규제안 의회 상정 등은 투자심리 개선 속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지원건 역시 이미 시장에 노출된 재료라는 점에서 증시의 새로운 모멘텀 형성까지 자신하기는 어렵고,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회 이후 업종별 수혜를 타진할만 하지만 제한적인 지수 차원의 기대감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내부 모멘텀이나 주도주의 확인이 쉽지 않은 데다 외국인을 제외한 이렇다할 매수 주체가 실종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현 시점의 투자전략은 지수 차원의 대응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근간으로 철강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수출주에 대한 우선적인 관점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인대 이후 중국의 내수진작책 집행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유통 및 소비재 관련주들에 대한 분할 매수 전략도 타당한 대안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 동양종금증권 "코스피, 기다림이 필요한 시점"
동양종금증권은 코스피 지수가 해외 정책 이벤트로 인해 좀더 쉬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주 국내 증시는 정책적 이벤트가 집중돼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른 기대감을 갖기보다는 좀 더 기다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 결정,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담, 중국 긴축 조치 우려 등의 정책적인 이벤트와 미국 부동산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도 하락, 국내 이익 모멘텀 둔화 등이 조정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는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코멘트에 따라 투자심리가 변화할 가능성도 크다.
오는 16일 EU 재무장관 회담을 통해 제시될 그리스에 대한 해결책도 다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또 이 애널리스트는 "중국 위안화 절상 여부와 추가적인 긴축조치 실행여부는 단기적으로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우리證 "코스피, 1630~1700 박스권 단기매매 유효"
우리투자증권은 코스피가 1630에서 1700선의 박스권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며 박스권 내에서의 단기매매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정책 변수의 움직임에 따라 주식시장의 등락이 좌우될 수 있다"며 "최근 부각되고 있는 중국 긴축 등의 이슈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 불안정한 움직임이 좀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정책이슈가 재차 부상하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전일 중국이 긴축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중국 긴축이슈가 재부상하는 조짐"이라며 "미국에서는 3월말 연준의 모기지담보부채권(MBS) 매입이 종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기회복세가 점진적이나마 이어지고 있고, 중국이나 한국 등의 단기 경기모멘텀 둔화도 순환적이기보다는 사이클 내에서의 단기조정의 성격이 강하다"며 "추세의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최근 이슈들은 경기회복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통"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국내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순환적인 경기둔화 국면에서 볼 수 있었던 수준으로 내려앉아 있는데다, 기업실적 전망이 상향조정되는 추세"라며 "박스권인 코스피 1630~1700선에서의 트레이딩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