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채용에 '창의성' 테스트를 추가했다. "백인과 백인이 결혼을 했는데 흑인이 나왔다. 왜 그랬을까"와 같은 다소 황당한 질문을 풀고 다시 9~12명이 한 그룹이 돼 하나의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거친다. 서류전형,종합적성검사,실무진 면접을 거쳐 '창의성 세션'을 넘어야 임원 면접을 볼 수 있다. 창의성 세션을 새로 만든 것은 창의적 인재를 찾으라는 이석채 회장의 특명 때문이다.

△문제 상황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유창성 △다양한 범주의 아이디어를 내는 융통성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만드는 독창성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를 치밀하게 만드는 정교성 등을 평가한다. 대한민국 학술원 이성진 교수 등 창의성 관련 국내 최고 권위 전문가 그룹과 공동으로 평가방안도 만들었다.

KT는 지난해 1월 이 회장 취임 이후 전방위적인 혁신을 추진해 왔다. '쿡(QOOK)' '올레 KT' 등 독창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했고 전 직원 연봉제 등 성과보상체계도 개편했다. 이런 흐름은 인재 채용에까지 이어졌다. 이른바 '스펙' 좋은 사람만 뽑지 않겠다는 변화다. 문제를 다르게 보는 능력과 그 참신한 아이디어를 정교화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성을 지닌 인재들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KT는 올해 현장지원직 300명,대졸 신입사원 400명,경력직 사원과 석 · 박사급 100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KT는 기존 직원들을 배치할 때도 '탤런트 마켓'이란 독특한 제도를 도입했다. 부서별로 필요한 부서장이나 인력 조건을 사내 게시판 구인 공간에 올리면 직원들이 지원할 수 있는 일종의 인력시장 개념이다.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관련 사업부문 사장 및 임원들이 보고 적격자를 채용한다. 이 같은 파격적인 사내 채용제도는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 기회를 주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만큼 '이석채식 인사제도'가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무엇보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하반기 '올레(olleh)' 경영을 선포한 KT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컨버전스 리더'라는 비전을 만들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재상으로 고객의 이해와 창의를 바탕으로 하는 '고객지향',도전과 실행으로 무장된 '열정',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는 '신뢰'의 세 가지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찾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고객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열정과 신뢰를 가진 사람"이라고 인재상을 요약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