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이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하이닉스가 물량부담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주가도 닷새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환은행, 우리금융, 신한지주 등 채권은행들도 하이닉스 지분매각에 따라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 6.7% 지분매각 완료

하이닉스 채권단은 16일 보유지분 6.67%를 블록세일로 매각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 등 하이닉스 매각 주관사들은 전날 장이 끝난 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시작했다.

주당 매각가는 전날 종가와 같은 2만3500원이었다. 이번 매각으로 채권단의 하이닉스 지분은 28.0%에서 21.4%로 낮아졌으며 채권단은 하반기 중 추가로 5% 이내의 지분을 팔아 보유지분을 15~17%까지 낮출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채권단 지분매각이 마무리되면서 반도체 업황호조와 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채권단 지분이 일정부분 해소되면서 물량부담이 제거됐고, 반도체 D램 가격도 제한적인 공급으로 올 2분기까지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주가도 2분기까지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은 하반기 반도체 가격하락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증권사 이선태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공급량 증가로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가격하락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물량 증가에 의한 것이며 40나노 적용에 따른 원가절감 범위 내에서 가격하락이 이뤄져 마진율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후 1시42분 현재 하이닉스의 주가는 전날보다 50원(0.21%) 오른 2만3550원으로 닷새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환銀·우리금융 등 지분매각 수혜

이번 지분매각으로 외환은행, 우리금융, 신한지주 등 채권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고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블록세일의 가장 큰 수혜주는 외환은행과 우리금융으로 매각순익은 각각 1338억원과 1686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이 경우 2010년 순익의 추정치는 각각 16%와 13% 높아지게 된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2차 매각제한 해지 지분도 올해 중 추가적인 블록세일 시행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추가 지분매각이 시행된다면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신한지주의 2010년 예상 순이익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신한지주 등이 하이닉스 주식을 2만3500원에 매각하면 각각 1820억원과 2070억원, 1560억원의 세전 매각익이 발생한다"며 "이는 각 은행의 올 추정 순이익 대비 각각 15.1%, 9.3%, 5.3%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번 매각대금이 유입되면 이는 수익성자산 증가로 이어지므로 마진 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이익잉여금 증가로 배당가능이익이 커짐에 따라 배당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가지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하반기 블록세일까지 끝날 경우 외환은행의 하이닉스 보유지분은 6.4%에서 2.9%로 줄어든다. 우리은행은 6.2%에서 3.3%로, 신한은행은 4.7%에서 2.5%로 낮아진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