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모 푸치니는 일본 특유의 이국 정서 때문에 오페라 '나비부인'을 쓴 게 아니었다. 1900년 오페라 '토스카' 영국 초연을 위해 런던을 방문한 그는 미국 극작가 벨라스코의 연극 '나비부인'에서 기구한 운명의 한 여성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탈리아 연출가 안토니오 데 루치아(48)가 25~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 올리는 오페라 '나비부인'은 '푸치니'로 돌아간다. 무엇보다 원작에 충실하기로 한 것이다.

안토니오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20여 차례 나비부인 연출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무대를 명료하게 해서 세상 모든 여성들에게 와닿는 한 여성의 일생을 그리겠다"고 말했다.

여주인공 초초상을 연기하는 소프라노 파올라 로마노(49)도 "게이샤 특유의 걸음걸이 등을 강조는 일본풍과 달리 내가 연기하는 초초상은 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신예 무대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가티의 240㎡규모의 그림으로 꾸민 무대도 심플하고 강렬하다. 이는 질감이 적은 스프레이로 그려져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게 해준다. 1막부터 3막까지 장소 이동 없이 일본식 전통 가옥에서 공연이 진행되지만 무대와 조명을 활용해 시간이 갈수록 나비부인을 더욱 고립되게 보여주는 게 연출가의 의도다.

배우는 초초상이 소녀에서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을 강조한다. 2막까지는 아직도 남편인 핑커톤이 돌아올 것이라 믿는 소녀같은 순진한 면을 보여주지만 3막에서는 달라진다. 파올라는 "3막부터는 초초상에게 아이가 생기고 어른스러워진다"며 "특히 음악이 줄어들고 연극적인 요소가 강해지면서 소녀가 아닌 어머니의 모습이 애처롭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원작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안토니오가 이탈리아 정부 공인 연출가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연출가로 꼽히는 그는 "정부가 오페라 연출과 기획에서 일정 수준에 오른 예술가에게 '정부 공인 예술가'라는 호칭을 부여한다"면서 "이탈리아 전통 오페라를 전해야 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원작을 고치지 않고 무대에 올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의 메카'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주역 가수인 파올라와는 지난해 '투란도트' 내한공연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파올라는 "한국 관객들은 미리 공부하고 공연을 관람하는데 이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안토니오는 "유럽 극장에 비해 한국은 젊은층이 많아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나비부인'은 한 여성의 실패한 순애보를 그린 작품이다. 19세기 말 일본이 배경.미국 해병장교 핑커톤은 어린 나비부인과 결혼한 뒤 얼마 안 돼 곧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떠난다. 3년이 넘어서야 나비부인과 그의 아들 앞에 나타난 핑커톤의 옆에는 미국인 아내가 있다. 결국 나비부인은 아들을 남겨둔 채 자결하고 만다. (02)581-540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