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대배심 증언에서 1분에 평균 26번이나 코를 만졌다고 한다. 단순히 겸연쩍고 창피해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거짓말할 때 코 안의 조직이 충혈돼 가려움을 느끼는 수가 많아 긁거나 문지르게 되기 때문'(시카고 후각 · 미각치료연구재단 앨런 허시 박사)이란다. 거짓말을 하면 커진다는 피노키오의 코가 허구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클린턴뿐만이 아니다. 2000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하루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는지 물었더니 남자는 여섯 번,여자는 세 번이라고 대답했다. 악의없는 거짓말을 자신도 모르게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만큼 실제로는 그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예로부터 거짓말을 가려내기 위한 묘안이 다양하게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범죄 용의자에게 생쌀을 씹게 하는 방법을 썼다. 씹다 뱉은 쌀에 침이 얼마나 묻었나를 기준으로 삼았다. 거짓말을 할 때 입안에 침이 마른다는 경험에 근거를 둔 방법이다. 인도에서는 '신의 당나귀'라는 판별법이 활용됐다. 꼬리에 검은 물을 칠한 당나귀를 어두운 곳에 매어두고,용의자들에게 죄가 있으면 손이 검어진다고 넌지시 알려준 후 꼬리를 잡으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손에 검은 물이 묻지 않은 자를 범인으로 판단했다. 범인은 꼬리를 잡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체사레 롬브로소라는 이탈리아 법의학자가 의학지식과 과학기술을 동원해 거짓말 탐지기를 만들어냈다. 거짓말을 할 때 자신도 모르게 호흡 심장박동 혈압 음성 등이 변한다는 데 착안한 기계다. 물론 거짓말 탐지기도 만능은 아니다. 무의식적 반응과 의식적 반응의 차이를 정밀하게 읽어낼 수 없는 탓이다. 질문을 받는 순간 혀를 깨물거나 잠시 호흡을 멈추는 등의 자극을 줘도 기계가 혼란을 일으킨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엔 탐지기 성능이 좋아져 신뢰도가 90%를 넘는다.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도 거짓말 탐지기가 한몫했다.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던 중 범행 장소 사진을 보여주며 아느냐고 묻자 김의 호흡 맥박 등이 현저하게 빨라졌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마련이다. 거짓말을 자주 하다 보면 김길태처럼 삶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 맘 편히 살려면 거짓말을 안하는 게 상책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