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회사 이동제도'는 증권 은행 등 펀드 판매회사들에 고객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판매사 이동제는 휴대폰 사용자들이 이동통신 회사를 옮기는 것처럼 펀드투자자가 가입한 펀드의 판매사를 자유롭게 옮겨갈 수 있는 제도다. 기존에는 펀드판매사를 옮기려면 펀드를 환매하고 다른 판매사에 재가입해야 했지만,이제 환매나 추가비용 부담 없이 판매사를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판매사 서비스에 불만을 가져온 투자자들이 하나 둘씩 판매사를 옮기면서 고객 지키기를 위한 판매사들의 서비스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초기 이동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긴 하지만 지난 12일까지 판매사 이동 규모는 1650억원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동절차가 보다 간편해지고 판매사 간 수수료 차별화가 본격화되면 펀드이동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기 전이라도 자신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한두 군데 판매사로 자산을 모으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하루 50억원씩 이동



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 지 한 달여 동안 판매사를 옮긴 전체 펀드 규모는 1650억원에 이르고 있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 1월25일부터 지난 12일까지 33거래일 동안 판매사를 이동한 펀드 규모는 1646억원에 달했다. 하루 평균 50억원,주간으론 235억원 정도가 새로운 판매사에 둥지를 틀고 있는 셈이다.

시행 첫주에는 이동 규모가 237억원에 그쳤지만 2주차 246억원,3주차 282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3 · 1절 연휴로 4영업일에 불과했던 3월 첫주에는 잠시 157억원에 그쳤지만 지난 주 242억원으로 재차 늘어나면서 주간 230억~240억원 정도가 꾸준히 판매사를 갈아타고 있다.

이동한 건수와 펀드 수는 하루 평균 280여건,70여개에 이르고 있다. 주간으론 1330건,330개 정도다. 판매사 이동 건수는 시행 첫주 1123건에서 2주차 1572건,3주차 1203건,4주차 1528건에 달했다. 지난주에도 1410건이 판매사를 옮겼다. 판매사를 이동한 펀드 수는 2월 마지막 주에는 389개로 급증한 후 3월 첫주 270개로 줄어들다 지난주 385개로 다시 늘었다.

업계에서는 판매사를 이동한 펀드투자자들 중 대부분이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판매사를 갈아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지난 12일까지 각각 237억원,201억원을 다른 판매사에서 유치해 이들 2개 회사가 전체 이동 규모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펀드이동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증권업계와 은행 간 고객 쟁탈전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온라인 증권사는 아직 제외


현재 펀드판매사 이동제에 참여한 회사는 56개사에 이른다. 이동 전 금융투자협회(dis.kofia.or.kr) 공시 사이트를 통해 펀드 이동 가능 판매사, 펀드이동 가능 여부 등을 살펴보는 건 필수다. 기껏 지점까지 어려운 걸음을 한 뒤 이동이 불가능해 헛걸음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과 같은 온라인 증권사로 이동도 아직 불가능하다.

판매사 이동제도는 전체 공모펀드가 대상이지만 판매사가 유일해 이동할 수 없는 단독 판매사펀드와 여러 펀드가 하나로 묶여있는 엄브렐러펀드 역외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 장기비과세펀드 등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해외주식형펀드 세금우대펀드 이연판매보수제(CDSC)펀드 등은 세금 관련 시스템정비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 아직 이동이 불가능하다.

공시사이트를 통해 이동 여부를 확인한 후에는 기존 판매사를 찾아 '계좌정보확인서'를 받급받고 옮길 판매사로 가서 이전 절차를 밟으면 된다. 감독당국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계좌정보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온라인상 발급이 가능한 판매사는 없는 실정이다. 시행초기인 만큼 사전에 기존 판매사와 옮길 판매사에 전화로 관련내용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

'계좌정보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5영업일 내에 이전할 판매사를 찾아야 한다. 이전할 판매사에서는 펀드에 신규 가입하는 것처럼 '표준투자권유준칙'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고객의 성향 파악을 통해 투자에 적합한 펀드인지를 확인받은 후 '일반투자자 투자정보 확인서'기재,상품설명 및 가입 결정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전문가들은 판매수수료 인하에 적극 나서고 있는 키움증권 등 온라인 증권사로의 이동이 가능해지면 펀드이동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펀드이동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판매사 간 수수료나 서비스 차별화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1년에 4번 정도는 이동할 수 있는 만큼 투자펀드를 한두 개 판매사로 모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판매사 이동제를 통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경험하고 투자스타일을 점검한 후 펀드 포트폴리오(투자군)를 새롭게 짜 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판매사 간 수수료의 차이가 별로 없지만 종합적인 자산관리 능력을 기준으로 판매사 이동제를 경험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