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일부 철강재 수출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포스코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업체들도 올 2분기께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기로 제철원료인 고철(철스크랩)과 고로에서 쇳물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철광석,원료탄 등의 가격이 들썩이고 있어서다.

◆철강재 가격 줄줄이 오를 듯

현대제철은 고철 값 상승에 따라 형강류 철강재의 4 · 5월 선적 수출가격을 인상한다고 16일 발표했다. 3 · 4월 선적물보다 t당 70~80달러를 올려 H형강은 730~800달러,철근은 630~640달러,강널말뚝(시트파일) 및 기타 형강은 t당 780~800달러에 수출한다. 올해 초 국내 철근과 형강 값을 각각 t당 5만원,4만원 올린 데 이어 수출가격도 조정했다. 이 회사는 추가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원료인 고철 값이 올 들어 30~40% 급등한 데다 앞으로 계속 오를 가능성이 커 t당 40~50달러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의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국내 철강업계의 철강재 값 조정도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유통시장에선 원자재 값 상승 영향을 반영해 스폿(현물) 가격이 오르고 있어 제품 기준가격 역시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 정도에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국제 가격과 수요 변화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철강시장의 기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포스코 측은 "아직 가격 인상 폭이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현재 포스코의 열연강판 수출가격이 t당 600달러 정도이지만,t당 50달러 정도 낮았던 중국산 가격이 최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 역시 철근 등 일부 철강재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철광석 · 유연탄 값은 이미 들썩

국내외에서 거래되는 열연강판,철근,H형강 등 주요 철강제품 가격이 들썩이는 것은 원료인 철광석,원료탄,고철 값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철강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다 중국이 원료 수입량을 대폭 확대한 데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작년 9월 t당 89달러였던 철광석 스폿 가격은 지난 1월 130달러대에 진입한 후 이달 들어 140달러대까지 올랐다. 지난해 초 t당 115달러 선이던 원료탄 스폿 가격도 작년 말 170~180달러대로 급등했으며 올 들어 200~22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고철 값도 작년 말 이후 최근까지 30~40%가량 인상돼 t당 40만원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스폿 가격뿐만 아니라 철광석,원료탄 등의 중장기 공급 협상에서도 가격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 3대 철광석 · 석탄 생산업체인 호주 BHP빌리턴과 세계 6위 철강사 일본 JEF스틸은 내달부터 석 달간 지난해보다 55%나 오른 t당 200달러에 원료탄을 사들이기로 합의한 상태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BHP빌리턴뿐만 아니라 다른 원료 공급사들도 그간 업계 관행이었던 연간 계약 대신 분기별 가격 협상을 요구하고 있어,중 · 장기 공급 가격이 스폿 시장 추세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