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이 변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래던 정류장이 최첨단 정보를 즐기는 '똑똑한 IT 정류장'으로 변신했다.

서울 종로 1~4가 버스정류장 4곳이 16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IT정류장으로 데뷔했다. 이름은 '유-쉘터(u-Shelter)'.'유-쉘터'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통신망에 접속하는 '유비쿼터스 정류장(Ubiquitous Shelter)'을 의미한다. 덩그렇게 정류장 표시만 있던 1세대 정류장이 지붕달린 2세대를 거쳐 첨단 정보통신 기능을 발휘하는 제3세대로 진화한 셈이다.

'유-쉘터'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주변 지도가 서비스돼 길 잃은 외지인과 외국인에게 제격이다. 버스 도착시간과 출발시간을 영상 정보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버스가 10분 뒤 도착한다는 것을 알면 마음이 편해진다. 주변 교통정보와 버스위치 정보도 자세히 제공된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화면에 떠 있는 아이콘을 터치하면 내가 탈 버스가 어디쯤,언제쯤 오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시간에 쫓기는 시민들은 버스를 단념하고 지하철을 타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친구와 함께 가 볼 만한 주변 식당도 검색할 수 있다. 교통방송을 통해 실시간 제공되는 육아 건강 등 생활정보는 덤이다. '유-쉘터'상단부에 기상센서가 부착돼 있어 시민들은 온도와 습도 등 생활 기상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있다면 금상첨화.이르면 상반기 중 '유-쉘터'에 무료 무선인터넷망이 설치돼 공짜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똑똑한'정류장엔 IT기술과 인터넷(IP)TV,무선통신망,디스플레이 장치,기상 · 대기환경 센서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망라돼 있다. 예를 들어 직전 정류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엔 센서와 무선통신 기술 등이 숨어 있다. 200~300m 떨어진 정류장들이 주변의 모습을 촬영해 다른 정류장으로 이를 전송해 준다. 영상을 통해 정류장이 서로 소통하는 셈이다. 온도 습도 풍향 등 정류장 주변의 기상정보를 모으는 기상센서엔 대형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기술이 일부 포함돼 있다. '유-쉘터'의 기술개발을 담당한 곳도 바로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내부 네트워크에 사용되는 센서 등을 대부분 그대로 활용했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유-쉘터'이지만 초기단계인 탓에 운용의 노하우와 안정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IT정류장은 이날부터 1~2개월간 시범운영에 들어갔지만 262번 노선버스 등 상당수 노선의 운행정보가 제때 입력되지 않아 화면에 '금일 배차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란 시스템 에러 안내문이 뜨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 운용 기간이라 다소 미흡한 점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보완과정을 거쳐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개막에 맞춰 강남구의 버스정류장 상당수를 '유-쉘터'로 만들어 한국의 IT기술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