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가장 단순하게 정의하면 미래 리더를 길러내는 일이다. 사장이 해야 할 일도 비슷하다. 직원들을 미래 사장으로, 곧 사장 후보로 기르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직원들이 스스로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회사가 사장 후보들이 우글거리는 조직이라고 생각해보라. 어떤 일을 하든지 힘이 실리고 성과도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당장 맡은 일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미래 사장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라"고 외쳐봐야 소용이 없다. 실제 '사장과 비슷한 수준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고안돼야 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사장과 비슷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훈련으로 '품의(稟議)'를 들었다. 일본에서 개발한 품의제도에 따르면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일정한 단계를 밟아 결재를 받게 되는데 관련 부서의 의견을 묻는 '참조'라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된 상당수 사람들이 이 참조란에 의견을 붙임으로써 일정 정도 경영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드러커는 "중요한 결정에 계층별 리더들이 두루 참가함으로써 전사적 의견일치를 만들어내는 의미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기업들은 일본 경영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때인 1980년대 상당수 회사들이 앞다퉈 이 품의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중간에 한 사람이 결재를 미루면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지는 품의제도가 리더의 빠른 결정을 중시하는 미국 기업문화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은 대신 가능한한 아래 직급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권한이양의 방법을 선호하게 됐다.

품의나 주니어보드(청년중역회의) 같은 제도가 일상사로 변해 의미를 잃었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회사가 하는 일을 직원들이 알게 하고, 그들이 사장의 마음으로 참여케 하라.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