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각 후보 캠프가 임대 건물의 '역사'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유력정치인이 대권이나 당권 등에 도전해 성공을 거뒀을 때 캠프로 사용했던 건물을 '명당'이라 지칭하며 선거 때마다 입주경쟁을 벌인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을 배출한 빌딩의 경우 주변 시세보다 웃돈을 주고도 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남중빌딩에 캠프를 차렸다. 이 건물에는 지난 총선에서 이변을 일으킨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의 당사가 입주해 있다. 친박(친박근혜) 물갈이 공천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만든 미래희망연대는 지난 총선에서 창당 2주 만에 정당지지율 13.2%에 의석수 14석이라는 돌풍을 일으켰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2007년 남중빌딩에 캠프를 두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러 정동영 의원에게 패했다.

원희룡 의원은 극동 VIP에 둥지를 틀었다. 이 건물은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시 민정당과 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3당이 합당해 만든 민주자유당의 대선 후보로 당선됐을 당시 선거 캠프로 사용한 곳이다. 김 전 대통령은 같은해 치러진 14대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반면 이 빌딩에 당사를 뒀던 민국당은 총선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나경원 의원이 선거 캠프를 차린 동우 국제빌딩은 민주당 거물정치인들이 단골 캠프로 이용해왔다. 2001년에는 김중권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2002년에는 이인제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를 이 건물에 차렸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수성 전 총리가 이곳에 대선 캠프를 차렸었다.

김충환 의원이 입주한 용산빌딩은 이명박 대통령이 경선 캠프로 사용했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 건물에 캠프를 차리고 박근혜 전 대표와 치열한 경선을 치른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