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그들만의 방식'은 나사(NASA · 미 항공우주국)의 화려한 성과보다는 처절한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다루고 있다.

1986년 전 세계가 경악한 챌린저호 폭발사고,1990년 15년 동안 17억달러를 쏟아 부은 허블우주망원경의 실패,그리고 2003년 지구로 귀환하던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등이 나사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책의 저자는 이 중 허블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사고 후 나사를 떠난 천체물리학 박사이다.

결함점검위원회가 찾아낸 실패의 원인은 충격적이기보다 허망하다. 나사의 하청업체가 담당한 영점보정계라는 장치에서 오차가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나사의 협력업체 관리에 있었다. 나사가 이들을 혹독하게 관리한 탓에 협력업체 사람들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적당히 넘어갈 수만 있으면 보고하지 않았다.

약 2조원에 달하는 예산과 수천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우주 프로젝트가 실패로 귀결되는 순간이다.

저자는 거대한 실패에서 '사회적 인간역학(social context)'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냈다. 인간의 행동은 사회적 맥락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 두면 범죄가 늘어난다. 유리창이 깨져 있으면 주인이 없다고 짐작하게 되고 이는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실패도 결국 나사와 하청업체 간의 인간역학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적 인간역학은 개인의 기술과 능력보다 팀의 성과를 좌우하는 강력한 결정요인이다. 특히 팀의 리더는 사회적 인간역학을 조성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저자는 팀의 바람직한 성과향상을 위해 리더십 유형을 구분하고 팀 안에 자리 잡은 행동규범을 측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4차원 시스템'이라는 도구를 개발했다. 어쩌면 품질 경영의 신화였던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의 원인도 이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동현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