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빨리 왔는데 지금 상담받을 수 있을까요. "

16일 전주시 태평동 중앙상가 2층 교육장엔 행사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여러명의 상인들이 서성거렸다.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청이 공동 주최하는 '창업 · 자영업 전국 로드쇼' 의 무료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다. 송천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상진씨(45)는 "상담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릴 것 같아 서둘러 왔다"고 말했다.

동네 상인들은 물론 예비 창업자들이 몰려 이날 하루 동안 상담 건수는 250건을 넘었다. 진안 정읍 등 주변 지역 상인들도 찾아와 현장 컨설팅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앙상가 2층에서 옷가게 '압구정'을 운영하는 김순주씨(61)는 월 매출이 300만원에 달하지만 늘어나는 재고 부담과 높은 원가 때문에 임대료 35만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 폐업을 고민하다가 컨설팅 현장을 찾았다. 고경진 창업연구소장은 "중간 도매상을 통해 물건을 받으면 원가가 높고 반품이 안돼 재고가 늘어나게 된다"며 "동대문의류상가와 직거래를 해 원가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비주얼컨설팅 업체인 초록여우의 노경희 실장은 "올 가을에 겨울 신상품과 함께 할인 판매해 재고를 털어내야 한다" 며 "월 2~3회 동대문에서 최신 트렌드를 익혀 소비자들에게 설명해주면 신뢰도가 높아져 고정 고객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효자동에서 지난해 12월 미술학원을 연 황미애씨(28)는 1억2000만원(상가 분양가 포함)을 투자했지만 월 매출 140만원,순익 40만원 선에 불과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영훈 색상디자인 대표는 "최근 학원가 트렌드는 미술학원과 어린이집을 접목시킨 형태"라며 "부모가 아이들을 부담없이 맡길 수 있도록 어린이집 개념의 학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부기 핸드플러스컨설팅 대표는 "아이들의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 부모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근 취업난을 반영해 창업을 준비하는 20~30대의 발길도 이어졌다. 박현주씨(34)는 지난 7년 동안 익힌 제과 · 제빵 기술을 활용해 제과점을 열고 싶다며 창업 노하우를 요청했다. 신금순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의 프랜차이즈 매장은 2억~3억원의 비용이 든다" 며 "전문기술과 운영능력이 있고 자금이 부족하다면 자기 브랜드로 제과점을 차리는 게 낫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시장이나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숍인숍 매장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입지를 골라 박리다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료 컨설팅을 받기 위해 인근 도시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6월 진안에서 330㎡ 규모의 홍삼포크 가게를 차린 강진우씨(32)는 월 매출이 2000만원이 넘을 정도로 손님이 많지만 순익은 150만원 정도라며 개선방안을 물었다. 최병진 BJ외식창업연구소장은 "돼지고기 원가가 높고 월 임대료(220만원)와 직원 월급(900만원) 비중이 너무 크다"며 "직원 5명을 4명으로 줄이고 본인이 직접 요리기술을 익혀 장기적으로 주방장 인건비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주=최진석/이현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