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심하게 말하면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A기업 관계자)

녹색성장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속도가 제조업 중심의 국내 경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우리가 총대 메야 하나…"

정부는 작년 11월 중기 온실가스(??,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2020년 전망치(BAU) 대비 30%'로 정했다. 녹색성장법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들을 담고 있다. 정부의 확정 목표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비(非)의무감축국에 권고한 수준(15~30%) 중 최고치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우리가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반응이다. 세계 1,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총량기준 감축' 대신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감축'이란 애매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온실가스 감축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은 IPCC가 선진국에 권고하는 수준(2020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25~40% 감축)에 한참 못 미치는 4% 감축안을 냈고,이마저도 의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일본은 권고치 중 최저치인 25%를 택하면서 '중국 미국 등이 야심찬 목표를 설정할 경우'라는 전제조건도 붙였다.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각국이 겉으로는 환경 보호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실리를 따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미적대는데 우리만 먼저 나설 이유가 없다"며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제조업 비중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늘어나는데 갑자기 강도 높은 감축 의무가 부과될 경우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 1990~2005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2배로 늘었고 현재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대한상의 등 재계는 최근 이 같은 이유로 녹색성장법 시행을 최소 2년 정도 연기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규제만 있고 인센티브는 없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규제 일변도라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지 못했을 때는 개선 명령 등 제재를 받지만 초과 달성했을 때는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법 시행일 이전 산업계의 자발적 감축 노력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과거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인 기업은 상대적으로 감축 여력이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탁상행정식' 규제도 눈에 띈다. 예컨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시한을 매년 9월 말로 정한 것은 통상 다음연도 경영계획 수립이 12월 말 이뤄지는 기업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주용석/고경봉/송형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