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는 국내 마케팅 역사에서 빙하기로 기록될 것이다. 국제적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가장 위축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에 직면하면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생존계획을 수립하는데,통상적으로 생존계획과 마케팅은 상극관계를 가진다. 생존계획의 골자는 비용 절감을 통한 현금 확보에 있으며,가장 쉽게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마케팅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제품 개발을 연기하고 광고비는 최소한으로만 유지하며 고객과 유통에 대한 지원도 과감히 잘려 나간다. 마케팅 예산이 비용 절감 1순위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마케팅에 대한 투자 성과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자금의 여유가 있을 때는 해도 좋지만 쪼들릴 때는 안해도 상관없다는 사고방식이 전제돼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기업은 흔하지 않다. 위기가 발생할 때 대부분 남들과 같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역사는 항상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상황보다 원칙을 따르는 소수에 의해 움직인다. 대다수 기업들이 축소 지향적인 마케팅을 이행할 때 멀리 내다보고 남들과 달리 마케팅에 투자해온 기업들도 있다. 오히려 위기상황이 새로운 기회를 예고하는 전조로 보고 차별화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소수의 기업들이 존재한다. 제12회 마케팅대상은 위기상황에서도 마케팅의 효력을 믿고 활용한 희소한 사례들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심사는 마케팅학회 소속 교수 및 경제전문가 6명이 진행했으며 부문별로 우수한 역량과 업적을 성취한 기업과 브랜드를 선정했다. 심사 기준은 크게 마케팅 가치와 성과로 구성했다. 서류심사와 종합평가를 거친 결과 최종적으로 17개 기업을 수상사로 선정했다. 그밖에 마케팅 학문과 실무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학자와 기업인 2명은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경제위기의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도 탁월한 마케팅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수상 기업과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찬사를 보낸다. 이처럼 마케팅 역량이 출중한 기업들이 있기에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우리 경제가 꿋꿋하게 성장하고 번성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