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집행부가 한때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미국 디트로이트를 방문한 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의 자동차도시인 울산이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합리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경각심(警覺心)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경훈 지부장(노조위원장)은 최근 노조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도심이 폐허가 되고 무너져가는 건물이 즐비한 현장을 목격하면서 형언할 수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11개 공장이 돌아가던 도시에 현재는 2개 공장이 운영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위기 이전에라도 노사가 한 발짝씩 양보해 대타협을 했다면 지금 같은 위기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강경투쟁의 대명사로 통해온 현대차노조의 변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디트로이트를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 데서도 그런 조짐을 읽을 수 있다. 특히 그의 위원장 취임 이후 현대차 노사가 15년 만에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한 바 있어 기대가 더욱 크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우리 노동계에서는 선진적 노사문화 구축을 위한 시도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최초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헌장을 선포했던 LG전자 노조는 'LGE USR'라는 로고를 만들고, 소비자 만족과 지구환경 보호 요건을 충족한 제품에 이를 부착해 노조 차원에서의 품질 보증을 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KT노조도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노동운동을 펼치기로 하고 취약계층 고교생 등록금 지원, 소년소녀 가장과 형편이 어려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생활비 지원 사업 등에 조합비를 내놓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한노총 민노총과는 달리 국민에게 봉사하는 제3의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새희망 노동연대'도 돛을 올렸다. 현대중공업 서울메트로 등 40여개 노조로 출범했지만 가입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니 제3의 노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국 노동운동의 방향타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차 노조가 확실한 변신을 통해 이런 움직임에 한층 활기를 불어넣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