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안 처리에 필요한 여론 조성을 위해 앙숙인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 출연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의료보험 개혁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 하원 표결을 앞두고 막바지 설득 작업을 위해 날선 대립각을 세워오던 폭스뉴스에 출연,대국민 설명에 나서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밤(현지시간) 폭스뉴스의 대표 프로그램인 '브렛 바이어의 스페셜 리포트'에 출연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그동안 자신에 대해 무차별적인 비판을 퍼부어온 폭스뉴스에 극도의 반감을 표하고 폭스뉴스 출연도 거부해왔다. 오바마 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안과 관련해서도 폭스뉴스는 "소위 '죽음의 위원회'가 불치병 환자의 치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등 줄곧 오바마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러나 올 들어 폭스뉴스 시청률이 급상승하며 가장 많은 미국인이 보는 채널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자 한 표가 아쉬운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개혁안 처리에 정치적 사활이 걸린 만큼 앙숙 언론과 인터뷰라는 결단까지 내린 것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폭스뉴스 출연은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보수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을 고려한 전략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개혁안 지지 호소를 위해 반대파 의원 수가 많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미주리 등 3개주 순방에 나섰다. 이때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오하이오주 스트롱스빌로 이동했는데 그간 반대 의사를 밝혀온 민주당 의원들을 동승시키는 등 반대파 설득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