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금조부)가 코스닥기업 비리에 메스를 들이댔다.

금조부 관계자는 17일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코스닥 시장에서 '껍데기(shell)' 기업들이 늘면서 장난(주가조작)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져 작년 말부터 대대적으로 수사 중"이라며 "투자자들은 이런 때일수록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조부는 주요 경제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검찰 내 핵심 조직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검찰 정기인사를 통해 전문인력을 집중 투입,의심스러운 코스닥 기업들을 샅샅이 훑고 있다. 각종 투서나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고 수사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가운데는 외국계 헤지펀드와 연계해 주가를 조작한 사례도 수사망에 걸렸다.

검찰은 또 "무자본으로 코스닥 기업을 인수한 오너들이 회삿돈을 빼내 빌린 돈을 갚거나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많고,기본적으로 100억원대 횡령사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밝힌 의심스러운 코스닥 기업의 유형과 사례를 알아보자.

◆M&A 뒤 증자기업 '주의'

검찰은 제3자가 코스닥 기업을 인수한 후 증자에 나서는 경우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 주인이 사채 등을 무리하게 끌어다 쓴 뒤 원금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검찰은 지난달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고서 회사자금을 빼내 사채를 되갚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반도체 관련 벤처기업 D사의 전 대표이사 김모씨(49)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7년 회사 인수과정에서 원금보장을 약속하고 지인들의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하면서 원금상환 압박에 시달리자 자금 65억여원을 빼내 투자금을 되갚은 것으로 밝혀졌다.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코스닥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회사 인수자가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 회사를 사들인 뒤 이 돈을 다시 빼내가는 '무자본 인수합병(M&A)'의 주요 방법이 되고 있기 때문.전 대표의 횡령 사건이 최근 드러난 G사의 경우 유상증자에 참여한 지배인이 회사의 자금 사용에 관한 권한 전반을 위임받은 뒤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행테마 기업도 의심

유행 테마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기업도 요주의 대상이다. 경영진이 주가를 올린 후 보유한 주식을 내다 팔아 차익을 실현하려는 고전적인 작전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테마업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모 회사의 한 임원은 회사 주가가 꼭짓점에 이른 지난 1월 보유주식의 절반을 장내 매도했다. 이 회사 주식은 임원 매도로 주가가 급락했다. 검찰은 지난달 거액의 회사 공금을 빼내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엔터테인먼트 전문 코스닥 상장업체 A사 대표이사 박모씨(41)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또 다른 코스닥 상장업체 C사 대표로 재직하던 지난해 4월 C사에 대해 테마산업으로 꼽히는 의료바이오사업 시설투자와 생산자금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허위 공시해 투자를 받은 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 검찰에 수사정보를 통보하는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본업이 아닌 타법인 지분출자나 테마주 투자 등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거나 최대주주 변경이 잦은 기업에 대해 가급적 정밀조사 후 심사위에 회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제표가 갑자기 좋아졌다는 기업도 의심해 봐야 한다. 회계사들과 짜고 재무제표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지난달 코스닥 상장사였던 신명비앤에프 대주주 이모씨와 회계사 김모씨 등을 분식회계 등 혐의로 지난달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이씨로부터 1억여원 수수료와 함께 신명비앤에프 상장폐지 회피를 요청받자 변호사,대형 회계법인 등을 섭외해 당기순손실 314억원을 없애는 등 재무제표를 조작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지나치게 대주주 지분 변동이 심하거나 신뢰성이 떨어지는 공시를 내보내는 기업에 대해서도 투자를 피해야 한다"며 "기업의 수익모델이 얼마나 확고한지와 업황 등을 정밀히 살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