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좋은 성과를 낸 정통 주식형펀드들이 올 들어 기력을 잃고 있다. 그대신 특정 업종에 집중 투자하거나 배당을 많이 하는 종목을 편입하는 섹터펀드나 테마펀드들이 수익을 내며 선전하고 있다. 최근 증시에서 개별 종목 위주의 장세가 이어진 탓이다.

올해 국내 증시는 이 같은 흐름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서서히 상승하겠지만,작년만큼의 상승률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정통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로 방향을 잡아 꾸준히 투자를 해야겠지만,신규 가입자들은 업종 펀드나 시장 수익률을 좇는 인덱스펀드를 골라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펀드평가사 등에 따르면 설정액(투자원본) 10억원 이상의 국내 주식형펀드 중 연초 이후 성과가 가장 좋은 펀드는 전날까지 19% 이상 수익을 낸 '삼성코덱스조선주상장지수'다. 이어 '우리코세프고배당상장지수'가 6% 넘게 뛰었고 '미래에셋맵스타이거미디어통신상장지수''한국킨덱스삼성그룹주상장지수'도 3% 이상 오르는 등 ETF(상장지수펀드)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1334개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4.02%인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KB밸류포커스'를 비롯 '하이중소형주플러스''한국밸류10년투자''드림밸류파인더가치주' 등 주로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들이 올해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지난해 시장 평균수익을 상회하는 초과 수익을 냈던 정통 주식형펀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위 10개 펀드 중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와 'NHCA대한민국베스트30' 정도가 1%대의 수익을 내 겨우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정도다. 작년에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던 '한국투자한국의힘''한국투자네비게이터''트러스톤칭기스칸''삼성스트라이크' 등은 모두 손실을 내고 있다.

이처럼 정통 주식형펀드들이 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이들 펀드가 주로 보유하고 있는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들의 주가가 그동안 등락을 거듭하면서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자금이 조선주 등 특정 종목과 중소형주로 몰렸고,이들 종목을 집중 보유한 가치주펀드나 업종ETF들의 강세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50% 가까이 급등했던 작년과 같은 활황 장세를 올해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펀드 가입을 저울질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정통 주식형펀드보다 시장과 흐름을 같이하는 인덱스펀드나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특정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업종ETF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정통 주식형펀드에 적립식으로 3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는 투자자라면 계속 돈을 넣으면서 이어가는 편이 좋겠지만,1년 안팎의 단기투자를 고려하는 신규 가입자라면 보수가 싼 인덱스펀드 쪽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