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과거를 돌아보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삼성영상사업단' 해체가 대표적이다. 영상사업단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콘텐츠사업을 하기 위해 1995년 만들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1999년 사업을 접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니가 요즘 콘텐츠를 통한 부활을 꿈꾸는 것을 보면 영상사업단이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후 삼성은 제대로 된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 결과 MP3플레이어도 한때 세계 시장을 석권했지만 콘텐츠 공급채널을 확보한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삼성 내부에서는 영상사업단 해체가 기업문화와 직결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삼성 직원은 "영화 등 콘텐츠사업은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지만 과거 삼성 문화는 단기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꼬집었다. 삼성 영상사업단이 제작한 영화 '쉬리'는 해체가 결정된 후 대박을 터뜨려 관계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게임업체 S사를 인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일본 게임업체인 S사가 2000년대 초 재무적 어려움에 처하자 삼성에 인수를 요청했었다"고 말했다. S사 회장이 재일교포인데다 삼성이 1980년대부터 그 회사에서 게임기와 게임을 국내에 들여온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 합병(M&A)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은 포기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반도체,LCD 등이 호황을 누리자 삼성에서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지 못한 소프트웨어 인력이 대거 방출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 삼성그룹내 소프트웨어 인력을 모두 합해도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주문했던 1만명에 턱없이 모자라는 이유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