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주 순매수를 지속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고 선박 가격 상승과 해운업황 호조 등이 기관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삼성중공업을 이달 들어 하루도 거르지 않고 12일 연속 순매수해 주가를 10.54% 끌어올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11일째 기관의 '사자'가 지속돼 각각 12.04%와 9.40% 상승했다. 기관은 현대미포조선을 지난달 10일부터 하루만 빼고 줄곧 순매수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29.95%에 달한다.

기관 매수세의 배경으론 우선 중고 선박 가격 상승이 꼽힌다. 선박 가격 지표인 '클락슨 중고선가 지수'는 지난 12일 전주보다 4포인트 오른 144를 기록,조선주 투자심리를 달궜다. '신조선가 지수'도 차츰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조선주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조짐이 나타나고,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매력도 크다는 판단으로 보유 비중을 크게 낮췄던 기관이 잇단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업의 전방산업인 해운업황 호조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승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벌크선의 발틱운임지수(BDI)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반등세를 이어오고 있는 데다 탱커와 컨테이너선의 운임과 물동량이 바닥을 찍으면서 조선주에 호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선박 발주량이 아직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 않아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중공업은 FPSO 등 비조선 부문 매출 비중이 올해 50%를 넘어서고,삼성중공업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액 80억달러 중에서 50억달러를 비조선 부문에서 올릴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HSBC도 전 세계 해양설비 발주가 2012년까지 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 수혜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HSBC는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로 이날 종가(23만2500원)보다 24.73% 높은 29만원을 제시했다. 삼성중공업에 대해선 현 주가(2만7250원)에 비해 24.77% 상승 여력이 있는 3만4000원을 목표주가로 잡았다.

일각에선 2분기부터 후판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다음 달 철강회사들이 철광석 구매 계약을 맺으면서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후판 가격이 1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후판시장은 구매자 시장이라 조선업체들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