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주도하던 제주도산(産) 생수시장에 한국공항과 LG생활건강이 가세하면서 3파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농심이 '제주 삼다수'로 페트병 생수(소매점에서 파는 먹는 샘물)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지켜온 가운데 한국공항이 '제주퓨어워터',LG생활건강이 '휘오 제주V워터'로 농심 추격전에 나서고 있다.

◆삼다수 좇는 후발 주자들

17일 업계에 따르면 70여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는 국내 페트병 생수시장 규모는 2005년 1700억원에서 매년 10% 이상 성장,올해는 3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1998년부터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를 독점 판매해 온 농심 삼다수의 지난해 매출은 1500억원으로 단연 독보적이다. 한국샘물협회가 지난해 병마개 구매량으로 추정한 결과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35.2%를 차지한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제주 광천수'를 생산해 대한항공 기내에서만 공급하던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이 2008년 제주퓨어워터를 출시,한진그룹 계열의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오는 22일부터는 스타벅스(약 300개 매장)에서 '에비앙'(330㎖ · 1300원)과 비슷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

LG생건의 코카콜라음료는 지난해 9월 제주도 물에 '바나듐'이라는 미네랄 성분을 강화한 혼합음료 형태의 휘오 제주V워터를 출시,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또 현재 3개 생수 브랜드를 '휘오'로 통일할 계획이다.

한때 농심의 대리점이었던 제주앤커스터머는 지난해 12월 제주개발공사로부터 판매사업권을 따내면서 '제주내추럴미네랄워터'를 온라인에서 팔고 있다. 단,삼다수 용량은 2ℓ와 500㎖이고,내추럴미네랄워터는 1.5ℓ로 겹치지 않게 했다.

◆'제주 고급 생수'의 비밀은

평창,봉평,가평 등 수원지가 많은데 제주도 물이 유독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주도 암반수는 한라산 청정지역에서 빗물이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현무암질 토양을 통과하면서 불순물이 제거되고 천연 미네랄 성분이 녹아들면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경도가 일반 물의 3분의 1 정도로 줄어들어 목넘김이 부드러워지고,약알칼리성으로 변해 맛이 깔끔해진다. 제주도가 지닌 청정 이미지도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실제로 삼다수(500㎖ 기준)는 750원(편의점 기준)으로 롯데칠성의 '아이시스'보다 50원이 비싸지만 더 잘 팔린다. 휘오 제주V워터는 삼다수보다 50원 비싼 800원으로 가격을 매겼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라는 라벨만 붙으면 가격이 20~30%는 오른다"고 귀띔했다.

◆농심은 생수 수출 확대 나서

제주도 시장의 선봉장인 농심은 해외 수출국을 현재 30개국에서 올해 안에 최대 35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제주도 물 시장에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었지만 매출로 따지면 농심의 생수 시장 점유율이 50%"라며 "올해 20~25%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내륙판 생수들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석수와 퓨리스'를 앞세워 대용량 생수 시장에서 1위 업체인 진로는 '아쿠아블루''디아망' 등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확대해 페트병 매출을 높이고 수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은 대표 브랜드인 '아이시스''에비앙''블루마린' 등 외에 최근 출시한 '롯데 아이시스 DMZ 2㎞'로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