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야 야들아,내말 좀 들어라.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칠팔십살 화살같이 속히 간다,정신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세상은 요지경'(신신애)이란 노래다.

요지경(瑤池鏡)이란 작은 구멍으로 들여다보면 갖가지 그림이 나타나던 장난감이다. 나이든 이들의 경우 어린 시절 직접 만들기도 했는데 삼각통에 확대경 대신 거울을 붙이고 색종이 조각을 넣은 다음 돌려가며 보면 불꽃놀이하는 밤처럼 화려한 세상이 펼쳐지곤 했다.

신기하고 아름답던 그 옛날 요지경 속과 달리 노래 속 요지경 같은 세상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진짜와 가짜가 구분되지 않는 건 물론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얽히고 설킨 채 돌아간다. 막장드라마의 인기,상상을 초월하는 강남 집값,천정부지 사교육비 등.

유선통신업체들의 초고속인터넷 신규 가입자 유치 전쟁으로 빚어진 현상도 그 중 하나다. KT,SK브로드밴드,LG텔레콤 3사가 앞다퉈 "타사 전환,신규가입시 현금 40만원 즉시 지급" "30만원 현금에 10만원 상당 상품 지급"이란 내용의 전단지를 뿌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

여기저기서 인터넷과 집전화 IPTV를 합친 사용료가 종래 인터넷과 집전화 사용료보다 싼 건 물론 현금도 준다며 통신사를 바꾸라고 채근했다. 같은 회사라도 기존 사용자 대신 다른 이름으로 가입하면 신규로 쳐 똑같은 혜택을 준다고도 했다.

그래도 '오래 사용한 사람에게 무슨 혜택이 있어도 있겠지'싶어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최근 천편일률적인 내용의 공중파TV를 보다 못해 IPTV를 신청하면서 가슴을 쳤다. 안그래도 한숨을 쉬고 있는데 쓰던 집전화가 해지됐다는 전화가 왔기에 받았더니 다시 신청하면 3개월 무료에 요금도 깎아주겠다고 했다.

순간 언젠가 서울 강남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던 여사장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선 뭐든 빨리 바꿔야지 끝까지 쥐고 있으면 망한다"는 것이었다. 음식점만 해도 웬만큼 자리잡으면 권리금을 붙여 넘겨야지 계속하다간 뒤끝이 안좋다는 것이다. 채널이 많아져서 좋긴 한데 꾸준함이 미련함으로 여겨지고,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충성스런 고객을 바보 만드는 요지경 세상에 산다 싶으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