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명도 안 되는 도시에 뭐 볼 게 있다고 이렇게들 들어오는지….대형마트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은 더 힘들어질 텐데."

18일 개점하는 홈플러스 춘천점 인근 상인이 전화 통화로 털어놓은 넋두리다. 홈플러스로선 올 들어 첫 신규 점포를 춘천에 연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6일 올해 첫 점포를 춘천시 온의동에 열었다. 대형마트가 올 들어 문을 연 2곳이 공교롭게도 모두 춘천이다.

이로써 춘천시에는 기존 이마트,GS마트와 춘천 M백화점과 철원축협하나로마트 등을 합쳐 영업면적 3000㎡를 넘는 대형 유통매장이 6개인 셈이다. 춘천시 인구는 27만7000여명.4만5000명당 대형 유통매장 1곳이 들어선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10만명당 1개꼴이다. 대형 마트만 놓고 봐도 인구 30만명 미만인 도시에서 6곳이 경쟁하는 곳은 없다. 춘천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유통 격전지가 된 셈이다.

춘천시에서 지난해 기존 4개 대형 유통매장이 올린 매출은 2000억원이 채 안 된다. 올해 춘천시 인구가 특별히 늘어나거나 구매력이 커질 이유가 없기 때문에 6개 매장이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결국 할인행사나 사은품 증정 등 출혈 경쟁이 불보듯 뻔하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18일부터 대대적인 가격할인행사에 나서는 데 맞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개점 때와 맞먹는 할인 물량 공세를 펼칠 태세다.

신진태 강원상인연합회장은 "대형마트들과 출점 전에 지역 소상공인 발전을 돕고 무료 배송 등 지나친 마케팅을 금지하는 협약을 맺었지만 잘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온라인몰 약진 등으로 기존 점포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성장하려면 점포를 새로 내야 하는 실정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춘천지역은 당분간 수익을 내기 어렵겠지만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되는 등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곳"이라며 "새로 개발되는 지역이나 조금이라도 성장할 여력이 있는 상권이라면 비집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10개,홈플러스는 8개,이마트는 7개를 새로 낼 계획이다.

대형마트 간 출혈경쟁과 지역상인들 간 갈등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송태형 생활경제부 기자 toughlb@hankyung.com